창작집필 - 반지하활동에서 창작된 글들을 모았습니다.
월드컵의 발에 차이는 한국의 문화
퍼포먼스 반지하
드라마고
월드컵에 별 관심이 없는 필자에게도 월드컵 개막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메신저가 있다. 그 소식통이란 잘 보지 않는 공중파의 월드컵 특집 방송이거나 각 개최 도시의 경기장에서 연일 진행되고 있는 개막준비 행사들이기보다는 하루의 시간에서 문득 마주치게 되는 공중파 방송과 인터넷, 그리고 거리를 가득 메워가고 있는 다양한 방식의 월드컵 관련 광고들이다.
일주일 서너번 시사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공중파의 인터넷방송 서비스에 접속하게 되면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 몇 분 동안은 기대하지 않았던 다양한 월드컵 광고 방송을 보게 된다. 붉은 축구복을 입은 광고모델이 등장하거나 푸른 축구장에서 발에 차인 축구공이 날아가고 뒤이은 관객들의 환호성이 등장하는 최근의 광고방송들은 상품을 선전하는 문구 대신에 월드컵의 성공 개최를 기원한다거나 월드컵에 관련된 상품을 사은품으로 증정한다는 카피내용을 주로 다루면서 축구라는 스포츠의 장면을 다이내믹하거나 휴머니티한 분위기의 다양한 영상의 시각으로 재구성하여 방영하고 있다. 월드컵은 흥미로운 것이고, 박진감 넘치는 재미와 인간미가 담긴 드라마이며 세계인의 축제라는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자사와 그 상품은 월드컵을 위해 많은 노력과 자본을 들이고 있어 월드컵의 성공을 하면 한국이 잘 되고 국민들도 즐겁고 기업도 성장할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한다. 월드컵이라는 세계문화의 축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기대에 부흥하면서 상품의 판매를 신장시키고 기업의 이미지를 친밀감 있게 전달한다는 광고제작자들이 생각해낸 광고마케팅의 컨셉일 듯 하다.
영상으로 제작된 광고가 한 번 만들어지고 여러 번에 걸쳐 주요 공중파 방송프로그램의 시작이나 후에 동일한 내용이 내보내어 지고 나면 영상은 빛을 잃고 잠시 사라지지만 사람들의 흔적이 쌓여 가는 거리는 월드컵이 가까워 오면서 점점 축제를 기념하는 조형물들과 광고물로 매워져 가고 있는 도시 문화 환경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월드컵 경기를 유치하고 경기장의 건설을 마무리한 각 개최도시들은 이미 경기장 주변의 도로와 공원들을 조성 정비하였고, 주요 도로에 대형 기념 조형물을 설치하고 월드컵의 홍보와 같은 기간에 펼쳐지는 각종 문화행사를 홍보하는 현수막과 포스터 등을 거리의 곳곳에 통해 부착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시청 앞에 설치된 대형 축구공의 조형물은 도시에 어둠이 시작되는 저녁시간을 넘기며 시원스런 조명에 비춰지기 시작해 잠들어 가는 건물들과는 다르게 차량의 모든 진행방향에서 잘 목격되는 위치에 놓여져 있다. 방향을 종로구청으로 돌려 달리다 보면 길을 지켜선 전경들의 머리 위로 가로수들에 묶여 줄지어 엮여 있는 연등들은 여느 해의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하는 연등이 아닌 축구공 모양으로 불을 밝히고 있어 언 듯 보기에 월드컵 성공을 기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연등을 달아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월드컵이라는 이름의 대형 세계축제를 진행하는 한국의 개최 도시는 정보와 오락을 제공하는 장치인 공중파와 자유롭고 다양한 커뮤티니의 장인 인터넷, 도시의 거리 곳곳과 정신적 사색을 담당하는 종교를 만나는 현장에서 다양한 문화와 표현의 장치들이 월드컵이라는 단일한 주제의 문화현상에 하나로 묶여 가는 모습을 요즘은 매일 목격할 수밖에 없다.
거리와 방송을 거의 장악한 월드컵의 광고와 조형물들은 이를 바라보는 모든 소비자와 모든 국민들이 꼭 월드컵이라는 상품에 적극적인 호응을 보내는 팬들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설정이 되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정말 단일 종목의 세계축구선수권대회인 월드컵에 모든 국민들이 열광적인 팬일까? ‘그럴까?’ ‘그런 거야!‘ 라는 대답을 숙고하기 이전의 우리에겐 이미 광고와 도시의 변화를 통해 월드컵은 문화와 생활로 다가와 있다.
문화를 생산한다는 월드컵 관련된 단체들은 요즘 사람들의 정서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 월드컵의 특수에서 수입을 증대시키고, 자신들이 운영하고 진행하는 조직의 위상을 선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월드컵에 휘말리지 않은 다양하고 자율적인 군소 문화현상들과의 갈등과 대화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기간이라는 매우 만족스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월드컵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자금을 확보하고 행사장이나 홍보의 유통구조라는 공간을 장악하여 왔다.
문화판이라는 곳에서는 지난해부터 월드컵기간에 자신들의 문화행사를 진행하면 국가와 월드컵 조직위로부터 홍보와 각종 문화 예술 진흥 기금을 획득에 유리한 입장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전국의 많은 문화 단체와 지역축제들은 자체적인 지역 문화 축제를 월드컵 개최 기간의 전후에 배치하여 월드컵과 자신들의 사업을 동시에 성공시키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의 자연스러운 표현의 발생과 만남이라는 순수한 방법과 목적을 탈피한 이런 문화사업과 현상은 행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그 문제점들을 들어 나고 있다. 다양한 시기에 다양한 목적과 희망을 지니고 있었던 축제들이 전국적으로 같은 기간에 너무 많은 집중되어 그 홍보물들이 거리를 도배하듯 붙여져 광고의 난립이라는 이미지를 생성시키고 있고 문화의 소비의 욕구보다 공급이 과잉되어 차별화 된 홍보와 행사구성 능력의 상실, 참여와 예매의 저조 등이 발생하고 있어 이름과 홍보만 있고 소비되어지지 않는 문화행사들이 줄지어 치러질 우려를 낳고 있다. 해외 유명 팀 초청, 제작비의 과감한 투자에 들어간 일반 시민들의 세금이 그대로 사라지는 소비적 문화생산일 뿐 아니라 각 지역의 축제가 지녀온 축제의 특수성과 지역민의 정서가 반영되고 소통되어 온 지난 노력들도 변질되게 되어 가고 과정을 겪고 있다.
이렇게 왜곡된 문화생산과 획일화를 통해 자본과 기득권을 획득하고 경쟁에서 승리하려는 정서가 가져오는 파괴와 피해의 현장은 교육과 생존권의 문제에서도 이미 발생하여 왔기에 월드컵 홍보 일색의 지면들과 방송, 광고가 아닌 다른 이야기들을 몇 가지 살펴볼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세계의 매스컴과 한국의 국가와 여러 문화단체들이 화려해 보이는 자본주의 선전의 축제를 버리게 될 상암동 경기장과 난지도 공원 자리에는 지난 1999년까지 20년 간 파리밥을 먹고살았다는 가난했던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유엔으로부터 주거지 철거에 관한 비인권 국가로 지적된 바 있는 한국의 1999년 가을, 주민들이 마포경찰서 경찰과 전경이 보고 있는 가운데 경기장 건설을 위한 강제철거 이유로 찾아온 철거용역회사의 직원들의 발길질에 얼굴이 찢기고 가슴뼈가 부러지는 등의 폭력을 당했던 자리다.
노동부는 이미 법으로 보장되어 있고 노동자들의 생존과 인권 등의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게 되어 있는 노동쟁의의 행위를 월드컵 기간엔 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하자고 노동계에 제안하는가 하면, 월드컵 기간의 집회와 시위 등에 대해서는 강경 진압을 할 것이라는 폭력적인 선언을 언론을 통해 보도하고 있다.
교육청과 사회 단체들에서 각급 학교로 내려보내는 월드컵 관련 미술, 글짓기 등의 대회의 주제는 ‘월드컵 성공 개최를 위한 ○○○대회’로 되어 있어 학교에서 자율성을 중시하는 교사에 의해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월드컵과 축구에 대한 표현의 수업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한 다른 시각에서 월드컵과 축구에 대한 감상에 접근하기 어렵도록 교육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등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월드컵의 광고 마케팅은 월드컵을 위해 도구화된 사고와 문화를 생산하고자 한다. 이 같은 현상은 국가가 조직하고 주도하는 축제가 너무 강한 자의식을 지닐 경우 획일화되고 자본중심으로 해석되어지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월드컵은 세계축구선수권대회를 넘어선 세계의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제이자 문화이다. 그렇듯이 같은 기간 같은 한국에서 다른 스포츠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활환경과 생존의 조건,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한 문화 생산의 활동이 진행될 수 있는 자리가 지켜져야 한다. 다양한 동참과 향유가 이루어지는 모습이 바로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문화이자 건강한 삶의 웃음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포함한 축제가 될 것이다.
월드컵을 성공 개최하면 경쟁력이 높아지고 아름다운 미래가 찾아오며 멋진 한국인이 될 수 있다는 식의 공익광고와 M방송사의 월드컵 노래인 ‘발로차’를 들으며 누군가 월드컵으로 인해 발로 차이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고, 골의 환호성의 그림자에 숨겨지고 외면될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삶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다른 문화와 축제를 생각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문화와 축제를 사랑하는 한국, 다양한 사람들이 삶을 이해할 줄 아는 한국의 발전과 성공의 의미가 되길 희망하며 답답한 현실 속에서 글을 멈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