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작은 지역사회에서 문화찾기

드라마고(퍼포먼스 반지하)

 지역사회 안에서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나누기와 예술표현은 궁극적으로는 지역민들이 삶의 정체성을 지역의 환경과 문화 속에서 찾아가기를 기대하는 데에 있다.
 현대의 산업도시화와 자본과 시장경제의 이념이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 버린 지금에도 지역사회는 여전히 땅의 생산활동과 지리적 환경의 조건과 변화의 영향을 받으며 주민들간의 빈번한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생활문화의 터전이다. 현대사회를 자본에 의한 생산과 교환가치의 단일지배로 한정되게 규정하고,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성격이나 지역사회의 행위양식과 커뮤니티의 특성 등을 협소하게 평가하는 것은 다양한 입장에 있는 각각의 지역사회를 단순한 중앙의 대비된 지방으로, 정보화와 세계화에 느리게 쫒고 있는 지역과 집단으로 이해되게 할 수 있기에 옳지 않다. 지역사회의 문화는 그 지역사회와 그 문화적 영역에서 삶을 영위하는 존재들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중앙의 ‘문화예술’이 여타 다른 지역사회를 찾아가며 문화를 이미 규정짓고 설파하려는 태도의 프로그램들은 지역사회의 문화와의 충돌하거나 지역사회의 문화정체성 찾기의 장애요소가 되곤 한다. 지역사회에 ‘문화예술’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해당지역의 역사와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지표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사하고 지역사회의 구성의 특성을 살펴보는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실존하는 문화적 특수성을 지닌 지역주민과 더욱 가까이에서 만나는 과정은 주민들의 일상의 환경에 위치한 문화적 자원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활용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구성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문화 프로그램의 개발을 가져 올 수 있다. 일상의 프로그램으로 녹아들 수 있는 요소들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지역민과 함께 하고, 당사자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될 수 있는 허용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지역사회에서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매우 중요한 구성과 활동방식일 것이다.
 파괴와 개발, 경쟁과 소비의 문화의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안의 구성원들이 각기 자신의 정체성과 당사자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대화하며 생활을 다루는 문화예술의 태도가 있을 때 이것을 우리는 ‘대안적’인 문화프로그램과 대안적인 사회의 구성을 위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1. 긴이야기
산업화의 길을 따라 인천의 집을 찾아가다.
“디지털 인천하우스Digital incheon house”-인천의 오랜 주택과 마을에 대한 기록에서 교육과 축제까지

 인천은 오랜 시간동안 항구였다. 역사이야기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는 항구지만 100여년 전의 모습은 지금과 같은 거대한 항구와 도시는 아니였다. 1883년 일본과의 조약을 통해 개항된 인천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문물이 들어오고, 우리의 식량과 사람들이 내보지는 새로운 항구로 개발되기 시작했고, 이로 물건들을 짊어지고 나르는 노동자들도 함께 늘어갔다.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노동자들은 노동 후의 휴식을 위한 집을 필요로 했으므로 항구의 북쪽 산언덕에 하역자재와 산의 나무를 활용한 집을 지어 살았다. 20세기의 시계가 돌아가는 동안 항구에서, 철도의 건설현장에서, 도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 공단에서 생존과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활동을 하여왔고, 이들의 생활문화는 노동자들의 마을에 담겨져 왔다.

 지금의 인천은 영종도인천신공항도시과 송도it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간척사업과 도시기반시설의 공사가 한창이다. 새로운 세계로 향하고 있는 들뜬 시선은 해안선의 풍경을 하늘과 맞닿게 분주히 쌓아 올리며 새도시를 건설하고자 하는 쏫구치는 욕망을 실현해 가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라는 주제를 잊은 지난 100년과 같이 다시 좁은 곳은 넓이고, 낮은 것은 깍아 높이는 공법은 신도시뿐만 아닌 내륙의 오랜 마을에서도 실행되고 있다. 생활사가 담긴 마을들의 집과 골목, 텃밭과 이웃들의 표정은 모두 자본의 가치로 판단되고, 순간 해체된 뒤 전혀 새로운 마을을 열어 전혀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여 가고 있다. 언덕이지만 햇볕과 달빛 들어오는 낮은 집들의 옹기종기, 마을 사람들이 모여앉아 좋은 것, 나쁜 것 이야기로 담아내던 풍경은 이제 인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 될 것이다. 함께 자란 아이들의 이별과 가난하고 늙은이들이 어디로 가야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은 없다.

  2001년 시작된 ‘디지털인천하우스’는 인천의 오래된 주택과 동네를 기록하는 작업으로 시작되었다. 반지하의 활동가들은 인터넷이나 지역에서 만나 동참하게 된 사람들과 함께 인천의 많은 낮은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집 하나하나의 이미지를 하나의 디지털 카메라에 담았다. 아직도 많은 지붕이 슬레이트로 되어 있고, 비좁은 골목길에는 곱게 정돈된 화분과 방범창과 안에 가득 쌓인 고지서들이 함께 있었으며, 아이들이 뛰고 놀고 있는 차도와 철길에서 굴을 까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과 한국전쟁 당시 월남했다는 한 할아버지는 집앞에 스스로 그리고 쓴 것들을 걸어둔 지역민들의 작은 쉼터를 고치고 계시기도 했다. 낮부터 술기운으로 언덕길을 서성이던 아저씨의 집에는 빌려준 명의가 고액의 부채가 되어 돌아온 서류가 펼쳐졌고, 어린 손주들을 키우시는 노인들은 거리에 버려진 것들을 모아 짊어진 니어커를 위험스럽게 차도로 끌고 다니는 모습도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참여자들이 촬영한 사진과 스토리텔링은 한번의 지역순회전을 거친 후 지역사회의 문화교육, 문화연구 프로그램들과 결합되면서 촬영의 대상 지역의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그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전환되어 왔고, 지역문화회복을 기대하는 사람들과 단체의 결합을 통해 마을영화제, 인권영화제등의 문화활동,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재개발 강좌와 지역축제의 구성으로 지속인 확장을 하여 왔다. 대안적 지역사회 문화활동에 직접 참여한 지역민은 약 100여명, 간접적인 참여자들은 수천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은 재개발지역의 주민이거나 청소년, 지역문화활동가들이 대부분이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도시기록과 스토리텔링의 구성은 지역사진을 활용한 슬라이드쇼, 사진위의 그림그리기, 지역사진 메모지로 집짓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재구성되어 다시 지역청소년교육과 지역축제 프로그램에 활용되고 있다. 3년간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지속적인 도시기록 작업과 다양한 입장에 위치한 사람들과의 만남, 공유된 자원을 활용한 또 다른 문화예술프로그램의 개발과 다시 이것을 지역현장에서 실현하는 순환이 반복되어 왔기에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문화프로그램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현재는 2003년, 2004년 재개발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송림동 그림수필’과 마을 축제를 통해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의 제작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동의 놀이와 작업이 있는 축제를 구성하여 가고 있다. 올해는 ‘사라져갈 빈집에 소나무 숲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주제로 빈집을 고쳐 남아있는 아이들의 놀이터를 구성하고, 마을의 현재를 기념하는 아이들과 주택을 함께 찍는 사진촬영과 청소년들의 에세이를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10월 3일, 지역민들이 함께하는 지역청소년축제를 통해 지역사회의 공동체성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 겨울이 오기 전 오랜 역사동안 만들어진 송림 6동의 마을의 모습은 사라져갈 것이다. 이 활동에도 송림동의 거주 청소년과 해당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또 다른 지역사회의 문화프로그램에서 결합하여 대안적인 지역문화가 형성되기를 꿈꾸고 있다.

 산업화의 도시의 길을 거슬러 올라 지역의 역사를 살펴보고 지역민들의 다양한 현실적 삶의 상황을 만나온 위의 프로그램들은 지역사회가 지닌 본래의 커뮤니티의 기능성이 회복되기를 기대하며 운영된 동시대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끌어가는 파괴와 경쟁, 사적소유의 욕구와 대중소비문화라는 자본주의의 강력한 구조 앞에서, 지난 산업화의 역사와 앞으로의 삶에 주어진 사회적 구조를 아이들과 공유하지 못하거나, 지역민이 스스로의 문화에 대한 활동력을 잃고 개발의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로 차있거나, 조용한 이주로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될 때는 아쉬움과 함께, 실제 하는 지역민의 생활의 다양한 어려움(경제적 빈곤, 가정의 정서 파괴 등)을 직접 해소할 수 없는 한계를 느끼게 된다. 일상에서 익숙하지 않은 ‘문화예술’의 작업으로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찾아가고자 하는 활동에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인 동참을 하기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시간보다 더 길고, 지금 우리가 지닌 준비와 활동 보다 더 많은 대안을 필요로 한다.


2 짧은 이야기들
  더 가까운 곳에서 더 먼 지역사회에서 만나기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보따리 짊어지고 다니기

 디지털 인천하우스의 비교적 긴 호흡의 활동은 산발적으로 시행되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들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동시대, 도시차원의 지역사회를 두고 보면, 대안적인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다양한 소외와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반지하의 작업공간이 있는 서구에서는 ‘장애아동 미술표현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초등학교 특수반에서의 학습이외에는 고비용의 치료프로그램을 시도하여야 하는 학부모님들이 동네에서 대안적인 표현과 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결의하여 주민자체센터에 이를 제안하고 협의하여 의뢰한 것인데, 미술치료, 언어치료를 학습중인 자원활동가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 아동들의 특성과 아동상호간의 관계성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고, 치료와 표현프로그램 사이에서 적절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주 2일 3개월의 시간동안 시행착오의 연속을 겪어야 했었다.
 지난 봄엔 남구청소년미디어문화센터에서의 고등학교 방송부원을 대상으로 한 영상수업을  담당하였는데, 영상 편집으로 표기된 수업에서 지역과 당사자들의 문화정체성을 다루는 사전작업이 진행 중에 시설운영진으로부터 내용교육보다 기술교육에 집중해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으며, 시설에 영상관련 전문계약직이 유입되면서 그들의 시각에서의 전문성 문제로 지역사회 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수업에 대한 이해를 받지 못해 차후를 기약하지 못하고 수업을 끝맺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이외의 서울지역의 장애여성들과 함께하는 영상과 퍼포먼스 워크샵, 서울소재의 청소년 쉼터 디지털사진 교육프로그램, 전국의 문화복지 실무자들과 함께하는 ‘청소년문화복지 아카데미(품청소년문화공동체 주최)’와 전국문예회관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등을 준비 진행중에 있다.

 반지하의 지역문화운동은 인천 안과 다른 지역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문화의 소외와 결핍의 지역과 사람들을 향해 있다. 가난한 생활과 방식을 지닌 환경에서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들과의 소통을 기대하는 아주 기본적인 문화활동의 태도와 매체와 가자제의 공유하고, 지역민과 지역사회가 이미 지니고 있는 문화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지역사회 문화의 구성이 사회와 문화의 대안일 것이라는 신념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적소유로 치환하고 가난한자를 갖은 자들의 자율적인 배품의 대상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반대를 실천하는 작업이다.
 이 사회의 대부분의 문화예술은 문화와 예술이 합성되고, 경쟁의 기반위에 전문성과 우월성 강조되며, 사고파는 문화산업의 컨덴츠로 여기려는 다양하고 거대하며 폐쇄적인 움직임을 지니고 있다. 기업과 정부, 시설과 언론, 전문가와 교육자등이 문화예술을 다루는 현장에서도,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서의 정서에도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와 행동양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같은 문화예술의 인식에서 대안적 문화예술프로그램이 감성적이거나 창의적인 프로그램으로 이해되는 소용돌이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문화인류가 되찾을 문화예술의 대안이란 사람의 생존과 생활이 공유와 소통의 기반을 회복하고 자신의 문화와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삶의 환경을 구성하는 활동이며, 앞으로의 삶과 다음 세대가 공동으로 구성하여 갈 수 있는 대안적인 사회를 위한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비록, 이것이 꿈꾸기고 비현실적인 활동이라고 여겨는 문화예술가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동시대의 자본중심의 세계관은 이런 활동을 현실적으로 가로막으려 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많은 활동가들이 고민하고 준비하는 낮은 동네의 지역사회의 문화예슬 프로그램들이 대안적인 사회를 이야기하고 만들어가는 현실감 있는 활동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2004년 9월 12일 

월간 민족예술 2004. 10 통권 1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