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강요하는 ‘방과후 학교’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
ㆍ서울교육청 등 “교과 중심 운영” 지시
ㆍ학업성취도 공개 이후 ‘보충수업’ 변질

교육청이 일선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교과 중심으로만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교과 이외의 특기적성 교육으로 학생의 숨겨진 소질과 재능을 발굴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교육 당국이 지역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 이후 성적 올리기에만 치중하는 실상을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 ㅈ초등학교는 3월초부터 특기적성 교육 위주의 바이올린, 말하기, 원어민 회화, 미술 등 12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학교측은 얼마 전부터 올 상반기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시교육청의 지시를 받고 고심 중이다. 지난 1일 방과후학교 계획서를 받아본 시교육청이 ‘교과중심으로 계획서를 재편해 다시 제출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중에는 여름 방학기간 실시되는 ‘과학캠프’가 포함돼 있다. 과학캠프는 평소 수업시간에 접하기 어려운 실험·실습 등 과학 관련 수업이 5일간 진행된다. 과학캠프는 지난해 5학년 전체 학생의 65%인 130여명이 참여해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관할 구청은 예산 1000여만원을 모두 지원했으며 올해도 구청의 지원을 받아 5학년 전원이 참여하게 된다.

이 학교는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10%가량을 차지하고 12명 가운데 1명꼴로 점심 급식비 지원을 받는 등 저소득층 자녀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예절캠프와 영어캠프 등 초등학생들이 흔히 참여하는 방학 캠프에 참가하는 학생도 보기 드문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국·영·수 등 시험 성적을 중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학생들이 흥미를 잃거나 참여도가 낮아진다는 것이 학교 측 판단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5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교과중심으로만 운영하라는 시교육청의 지시는 학교 자율화 기조에도 어긋난다”며 “학업성취도 평가를 위한 성적 올리기 목적만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음악·미술 등 특기적성 교육 대신 교과학습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일선 학교에서는 교과중심으로 방과후학교를 재편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시교육청의 성적 중심 정책은 지난 2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역 단위별로 성적이 공개되자 시교육청도 성적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앙대 강태중 교수(교육학)는 “방과후학교가 초등학교 단위에서부터 보충수업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며 “보충수업 형식 보다 실험이나 미술이나 스포츠 활동 등 수업시간에 하기 어려운 부분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