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챙기고 해야 할 일들도 많은데 캠프 전날 마지막 준비를 함께하지 못해서 너무 죄송한 마음 다시 전합니다...

뭘 샀는지 어떻게 어디에 챙겨졌는지 모르니 계속 준비한 은화님에게 뭘 할 때마다 귀찮게 물을 수밖에 없어서 죄송했어요.

일정을 대충 알고 있었으면서 자꾸 일정이 빡빡했다고 은근히 탓하는 듯한 말을 한 거 같아 죄송... (근데 막상 해보니 정말 빡빡하긴 했지요? 여유가 없긴 했어요. )

감자국에 국간장도 소금도 아닌 진간장을 넣어 시커먼 국물 먹게 해서 죄송... 그래도 부엌일을 포기하지 않은 스스로를 칭찬하며...

누군가에게 변함없이 부담이 주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들을 각자 알아서 함께한 우리 엄마들 참 잘 했어요.

친절하고 어울림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잘 어울려 주신 기사님과 아이들과 짐꾼일과 기사일까지 막중한 일들을 해준 수현씨께 감사...

마지막날 회의 때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들 회의에 빠져주신 마고께도 감사. (음하하하, 그래서 그날 밤 엄마들끼리의 수다가 길 수 있었답니다 ㅋㅋㅋ) 

두 밤을 보내면서 내내 일찍 자는 바람에 뒤풀이를 길게 하지 못해 많이 아쉽네요. 술을 안 먹어서가 아니라 다음날 아침 준비를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무척 컸던 거 같아요. 추운 겨울 오기 전에 엄마들끼리 편히 모여 밤새 긴 뒤풀이를 하고 싶네요.

 

시간 순서 말고 그냥 제가 생각나는 대로 적을게요.

약속을 잡아 놓고 계속 지각을 하는 바람에 만남과 대화의 시간이 짧아서 많이 아쉬웠네요.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한 곳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렇게 일정을 정한 건 그곳들의 일정도 있어서 서로 시간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었던 걸 생각해 보면 정해진 일정들이 펑크나지 않고 다 만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일정대로라면, 아이들은 집에 두고 엄마들만 왔으면 각 학교 방문에 대한 소감이나 이야기를 좀 더 진지하게 오래 그곳에서 나눌 수 있는 짬이 있었을 거 같은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처음 버스 탔을 땐 살짝 어색하고 서먹하더니 첫 휴게소 들른  다음부터 부쩍 소란스럽게 친해져서 잘 어울려 놀게 된 걸 보면 엄마들처럼 아이들도 더 가까워져서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물꼬를 튼 거 같아서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동인천역에 도착해서 지은이랑 민형이 수빈이 고학년 아이들 함께 모여서 독서 모임 해볼까 했더니 아이들이 그리 부정적인 반응이 아니어서 기쁘기도 했네요. 수빈이는 독서 말고 그냥 일단 놀자고 하더라구요. 그래, 꼭 모이면 진지한 무언가, 엄마 마음에 뿌듯하게 남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내려놓자, 노래방도 같이 가보고 한옥에 모여서 같이 놀 수 있는 무언가를 같이 모여서 얘기하면서 찾아보면 좋겠다 싶어요.

아이들이 엄마들에게서 많이 방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끼리 엄마 눈치 안 보고 저희들 놀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아이들 나름대로는 잘 놀았나 보더라구요. 재밌었다는 거 보면. 아쉬운 것도 없었대구. (물론 수빈이가 간만에 돌아와 핸드폰 확인하느라 정신 없어서 대답이 건성이긴 했지만 그래도 다음 캠프 때도 같이 가고 싶다는 걸 보면 좋았나봐요.) 엄마가 꼭 뭔가를 해주고 챙겨줘야 하고 안내해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의무도 사실은, 엄마이고 어른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만든 일이었지, 아이들은 굳이 원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지들끼리 잘 놀 수 있게 자리만 마련해 줘도 되는 걸... 아이들 모아 놓고 뭘 해야 할지에 대한 부담감 같은 건 가지지 않아도 되겠지 싶어요. 일단 귀찮아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모이는 걸 좋아하면서 따라나서기만 하면 나머지는 자기들이 알아서 잘 할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 같은 것도 살짝 들구요.

하반기 생활 학교가 어떤 모양새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이번 캠프로 친해지고 익숙해진 아이들이 좀 더 돈독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가는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욕심을 내려놓고 가볍게... 그러면서 채워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한 걸 원한다면 우리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를 얘기해 주고 아이들이랑 같이 나름의 접점을 찾아가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은데...

생활학교 교사 양성 과정이 제게는 무척 어려웠고, 결국 마지막 과제까지 해내긴 했지만 결과가 어쨌든 나왔기 때문에 뿌듯하고 기쁘기보다 그 찾아가는 과정이 좋았거든요. 계속 뭘 할 건지 물어봐 주고 서로가 이런 건 어때요 저런 것도 해보면 재밌을 거 같아요 하면서 제 질문(숙제)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게 마음 써주는 엄마들이 제게 벅차게 남은 결과물이이거든요. 아이들도 자기들 얘기를 하면서 스스로가 해보고 싶은 것, 궁금한 것들을 얘기하면서 서로 조언해 주고 격려해 주는 과정을 함께 겪어보면 얼마나 더 돈독해질까 싶은 생각이... 우리가 했던 과정을 아이들도 해보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학년들이면 ....

밝은 누리움터에서...

 아이들이 살고 싶은 삶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모델이 되어주는 공동체, 삶이 한 가지 모양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삶도 저런 삶도 있음을 보여주고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든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것이 어른의 몫... 뭐 정리는 잘 안 되지만 그런 얘기들을 수첩에 적어놓았네요. 새로운 꿈이 자꾸 생긴다던 남자 선생님 얘기가 참 인상적이었구요. 꿈이 뭐예요? 라는 질문에 하나도 떠올리지 못하고 글쎄요 하면서 아직도 생각 중인데... 아직 제게 꿈이란 게 너무 추상적인 거 같기도 하고, 아직 생활을 진지하게 돌아보지 못해서 무언가 발견되는 게 없는 건가 싶기도 하구요. 막연하게는 생각나는 게 있지만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으려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거 같아요. 제 꿈은요~~~ ㅋㅋㅋ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는 말을 해밀학교에서도 들은 거 같아요. 자기를 먼저 돌아보고 부족한 것을 채워가는 것, 뭔가 있는 것들을 나누는 것... 함께 살려면 나 자신부터 옹글게 제대로 살아야 하는 거 같아요. 만날 말만 이렇게 해서 어떡하나 싶네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좀 몸도 움직이려고 바둥거리고는 있네요.

두 학교에서 하루는 비 때문에, 하루는 점심 때문에 보여지는 것들 말고 자연스럽게 보여지고 만나지는 풍경들을 둘러보지 못한 게 많이 아쉽더라구요.

해밀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생명체로 존재하는 게 이렇게 즐거운가를 알게 해야 한다, 부드럽게 재미있게 해줘야 한다는 말씀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어른들이 주고 싶은 온갖 좋은 것들을 아이들은 귀찮아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을 때마다 참 답답하고 안타깝고 화도 나지만, 그렇게 좋은 걸 직접 삶으로 살아 보여주되 잔소리로 가르치려 하지 말아야지 다시 한 번 다짐하면서, 욕심을 버리자 다짐다짐해 보았어요. 아이가 스스로가 택한 길을 걷다 내 예상과 걱정대로 넘어졌을 때 그럴 줄 알았지 하지 않기, 어머머 하면서 먼저 손 내밀지 않기. 아이가 잡아달라고 할 때까지 아주 가까운 곳에만 있기... 죽을 길, 뼈가 심하게 부러질 낭떠러지만 아니라면... 생각은 참 좋은 거 같죠. 좋은 강의는 좋은 생각을 품게 하지만 울림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다 해내려고 무리하지 말고 정말 중요한 것 한 가지만은 꼭 해보려구요. 그럴 줄 알았어 하지 않기... 넘어진 아이를 아무 말 하지 않고 안아줄까? 아프지? 엄마도 아파 할까? 일단은, 화나고 실망한 표정 풀고 슬픈 표정으로... 에잇. 무슨 연극하는 것도 아니고.. 그치만 연극도 때론 필요해... 엄마가 영혼 없는 연극하고 있다는 거 알아채겠지만 그래도 화내지 않아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도 감격해주는 연기 정도 해주겠지... 

너무 많이 만들어서 버리게 되는 음식들과 먹다 남아서 버리게 되는 음식들이 너무 많아서 버리면서 얼마나 아깝고 안타까웠는지... 

먹을 만큼 부페식으로 각자 덜어서 먹자던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는데 다음엔 꼭 먹을 만큼 덜어서 먹을 수 있도록.

알레르기나 먹지 못할 이유가 있어서 다른 반찬을 요구하는 건 받아들일 수 있지만 혼자 다른 게 먹고 싶다고 해달라고 하지 않기 같은 약속은 캠프에 참여하기 전에 집에서 약속되어서 왔으면 좋겠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모임에서 다같이 밥 먹을 때 함께 먹는 것은 중요한 거 같아요. 늦잠이나 먹기 싫다는 등의 개인적인 이유는 집에서나 통하는 걸로... 저는 밥 안 먹는 아이를 따라다니면서 밥 먹이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보지 못하는 거 같아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성향이자 의견이랍니다.

공동체에서 다같이 약속된 규칙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허용해줄 수 있는 예외 같은 걸 함께 정하는 것도 중요하겠단 생각이 들어요. 마냥 자유로우면 좋겠으나 여러 사람이 함께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규칙은 있어야 하니, 누군가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규칙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규칙을 만들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분명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즐거운 캠프가 되기 위해 엄마들이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지켜야 할 약속을 정했는데 다 지켜지지도 않았지만(누군가 핸드폰을 갖고 사진도 찍기는 했지만 카톡도 하고 친구랑 연락도 하는 친구가 있어서 왜 누구는 핸드폰을 가져왔냐고 묻더라구요.가벼운 질문이었어요. 왜 나만 못 갖고 오게 했냐는 투정이 아니라.) 규칙을 다 알지도 못했구요. 아이들이랑 모여 앉아서 딱 몇 가지만 함께 정했으면 기억이라도 했을 거 같아요. 그러기에 우리 일정이 너무 빡빡했다는 얘기가 또 나오게 되네요...

어른들끼리, 아이들끼리는 좋았는데 함께 둘러 앉아서 얘기 한 번 찬찬히 나누지 못했네요. 집에 돌아오니, 수빈이랑 얘기 많이 했어? 하고 물어보는데 버스에서도 같이 앉아 다니지 않았고 얘기도 못 했더라구요. 수빈이는 좋았다고 하는데ㅋㅋㅋ

마지막날 밤에 회의 내용이, 마지막날 아침에는 행인서원 산책을 하고 몸으로 노는 거였던 거 같은데 갑자기 미술 활동으로 바껴서 살짝 당황스러웠네요. 물론 아이들 모두 칼이 위험하다고 허락되지 않았던 걸 그 시간에는 마음껏 사용하면서 나무도 깎고 붙이고 하는 걸 좋아했고 결과물도 꽤 근사해서 활동 자체는 좋았어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들이 바뀔 수도 있으니 앞으로 회의는 좀 짧게 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회의가 너무 길어... 

큰 덩어리 정도 함께 정하고 나머지는 가변적일 수 있음을 알고 대응할 수 있는 내공을 모두 키워야겠죠ㅋㅋㅋ 임기응변력... ㅋㅋㅋ 진지하고 정직하게...

 

암튼.. 준비한 모든 분들, 함께한 모든 분들 ~~~ 참 좋은 분들과 함께 2박 3일을 보내면서 정말 신나고 좋았어요. 고맙습니다.

일정이 모두 끝나고 이제 집에 가는구나 싶은 순간부터 급 피곤해져서 마지막날에는 온전치 못했네요. 버스에서 바로 곯아 떨어질 줄 알았는데 버스 에어컨 바람에 잠이 번쩍 깨서... 버스에서 나눈 수다들도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