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생활학교 여름캠프


2015년 8월 8일


장면1. 동인천역

 

며칠간의 무더위와 누적된 피로에 터덜터덜 도착한 동인천역.

어제 만났던 낯익은 얼굴들과 엄마를 닮은 아이들...

처음 만난 아이들이지만 엄마들의 이야기 속에 등장해서 귀에 익은 이름과

얼굴들을 연결시키면서 이름을 익히려 입속으로 되뇐다.

처음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를 탄 나는 일반인들이 장애인버스라 부르면

장애인도 탈 수 있는 버스라 정정 설명해 주시는 마음 좋은 기사님을 만났다.

아이들끼리는 서로 친한 듯 재잘재잘 즐거운 소리를 내며 서로 짝지어 앉아 있고,

어른들은 차의 흔들림에 기대어 노곤함을 풀어낸다.

 


장면2. 행인서원 가는 길(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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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에서 멈추어 선 버스.

행인서원까지 들어갈 수 없어 트럭과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덜컹덜컹

경사진 길을 올라간다.

지주님의 전동휠체어는 제법 속도가 빨라 멋스런 양산과 함께 저 멀리 보인다.

하지만 경사진 길에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서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가는 길을 막아서고 농촌에서의 삶도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쉽지 않음을 도착하는 날부터 보여준다.

 

장면3. 밝은 누리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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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 잘 정돈되어 있으면서 스스로 자기반성과 성찰에 단련된 분들은 

대안학교의 선생님보다는 수행자의 모습같이도 보인다.

기독교기반이라고 하지만 종교적 상징물이 없었고, 조용하고 깔끔한 느낌의 방에

둘러앉아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아쉬웠던 것은 그 안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직접보고 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교육만족도를 학생들에게 직접 들어 보고 싶었다.

간담회에 참석하신 선생님들께서 성실히 답변해주셨지만 왠지 정제되어 그냥 다른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모범답안 같은 대답보다는 날 것의 무언가가 궁금해졌다.

간담회 도중 내리는 시원한 빗줄기는 자연을 느끼러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장면4. 행인서원 가는 길(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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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빗줄기로 더위가 가라앉은 뒤의 행인서원 가는 길은

도착했을 때와 달리 사뿐사뿐 즐겁게 산길을 즐길 수 있다.

진이 솔이 민형이 시야에 멀어지지 않게 지켜보면서 그들의

속도에 맞추어 걷는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지켜보는 내가 즐겨워진다.

진이 솔이는 잘 놀아주는 민형이를 무척 따른다. 

길을 따라 고추, 깻잎, 호박 등 신선한 농작물들을 보는 것도

너무 오랜만이라 새롭다. 잠깐이라도 숲길을 걸을 수 있는 순간이 좋았다.

 


8월 9일

장면5. 해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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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은 투박함이 매력이신 학교장 윤영소선생님의 첫 인상은 그다지 학교에 

애정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분이 털털함으로 무심한 듯 던지는 말 속에

내공과 자신만의 확고한 교육관이 느껴졌다.

무겁게 가지 않는 경쾌한 교육 속에 철학이 있고 공간 구성에 대한 소개에서도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이 일하시는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느껴져서 다른 선생님들도 뵙고 싶었다.

특히 전투력 좋으신 선생님...

한빛고 제자들이 찾아와 점심하러 가시는 모습에서도 학생들이 선생님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몸짓에서 느꼈다.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학생들... ‘사람 냄새나는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면6. 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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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첨벙첨벙 물이 즐겁다.

어른들은 그 곁을 지키며 아이들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인다.

몇 년 만에 물에 몸을 담가본 나는 그사이 물이 어색하고 호흡이  잘 되지 않는다.

한바탕 물놀이를 마친 아이들과 함께 먹는 옥수수가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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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젖은 옷을 말릴 겸 누워서 잠깐이라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동안 하늘 한번 쳐다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듯하다.



장면7. 먼저 양평역으로

 

월요일 아침부터 시작되는 일정이 있어 나와 희연님은 먼저 짐을 챙겨 나섰다.

홍천터미널 막차시간에 맞추기 힘들어 수현씨의 도움으로 양평역으로 향하는 동안

내내 미안하고 감사하다.

두통과 멀미로 삐꺽삐꺽한 몸으로 지하철을 기다리며 제발 빈자리가 있기를 바란다.

보리샘이 준비한 맛난 저녁이 궁금하고, 남아있는 일행들에게 제대로 인사 못하고

나선 것이 마음에 걸린다.

 

 

=>캠프 후, 내가 만약 생활학교 학습자라면 어떤 생활학교를 바랄지 생각해보았다.

 

내가 만약 학습자라면, 쉼표 같은 생활학교였으면 좋겠다.

바쁜 일상 속에 짬이 없었던 이들이 잠깐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었으면 한다.

생활학교 가는 날이 부담되지 않고 편하게 수다한판 벌이면서 관심과 흥미가 생겨

스스로 이런 저런 것을 찾아보기 시작하게 된다면...

그리고 무언가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겨나서...

무언가의 출발점이 되는 걸로 족하지 않을까...

 

지나가다가 차 한 잔에 힘을 얻을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이면 좋겠다.

잠깐 머무름에도 쉼이 되는 공간이여야 사람들이 좀 더 가깝게 느끼고 다가오기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