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술가 아빠의 생각상자2

살아남기 위한 투쟁, 함께 살기 위한 호소.

드라마고(생활문화협동조합 퍼포먼스 반지하 대표)

겨울이다. 올해 들어 처음 거리에 눈이 내리고 마당에 놓아둔 양동이의 물이 얼었다. 5살 송연이가 기다리던 눈이 내렸으니, 아침을 열고나선 골목에 쌓인 눈을 그냥 두지 않는다. 엄마가 끼워준 장갑이 있어 괜찮지만 두 손에 가득 눈을 담아 들어 올리고 운동화가 깊이 빠지도록 눈을 밟는다. 가라 입은 옷엔 금세 눈가루가 덮이고 안으로 젖어 들어가지만 송연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넘친다. 그 순간에는 대자연이 만들어가는 신비로운 일들 앞에서 경이로움을 마주치고 그것을 만나는 기쁨 이외에 무슨 걱정거리가 있을까 싶다.

그러나 가난한 어른들의 겨울은 혹독하다. 가난한 집에서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는 따스함을 만들어내는 생산의 기계소리이기도 하지만 계량기가 회전할수록 쌓여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소득 없이 지내야하는 겨울동안 먹을 것과 입을 것, 이동하고 씻는 것들은 어찌하나 걱정이 소용돌이친다. 겨울에 벌이가 시원찮은 모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겨울이 그렇다. 그들은 바로 비정규직과 일용노동자, 기초생활수급자와 공공예술가들이다.

그 어른들이 이 겨울을 버티지 못하면 연약한 그들의 아이들은 어찌할까. 올해도 아이들이 춥지 않게 미리 창문을 비닐로 막고 벽의 틈새들을 실리콘으로 맞아 두어서 잠자는 동안 바닥에 붙어 있으면 코가 시리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아빠의 마음은 떨린다. 인천에서 공공예술활동과 문화교육등 공공기금으로 생계를 꾸리는 아빠는 내년이 되면 봄이 와도 여름이 되어도 가을에도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다.

인천의 거리에는 줄어든 시의 복지예산 축소를 비판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지역의 예술가와 공공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인천문화재단의 예산은 절반 이하로 축소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아빠는 공공예술프로그램과 문화교육으로 생계를 꾸려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늘어간다. 그렇다고, 아빠는 다른 활동가와 예술가들보다 부지런히 움직여 스스로 살길은 찾아내는 약삭빠른 일을 하고 싶지도 않다. 많은 사람들이 적은 먹을거리를 두고 먹고 살기 위해 싸움을 벌이거나 비열한 방식으로 지속적인 이속을 계획하거나 그것을 빌미로 타협과 굴욕을 요구하는 자들에게 웃어주고 싶지 않다. 그런 일은 결국 약한 이웃들을 괴롭히는 일이자 그나마 빈약한 공공활동을 왜곡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빠는 여전히 다른 대안을 구상하고 있다. 기금을 받기보다는 스스로 집을 고치고 먹을 것을 요리하는 것으로 생활비용을 축소시키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글로 쓰고, 타인들의 삶을 축복하는 작품을 만들어 선물하는 활동을 통해 아픈 시대와 사회를 위로하고 싶다. 어린 두 딸을 보면 먹고 사는 것이 두렵지만 두 딸의 미래의 사회를 위해서도 아빠가 살고 싶은 세상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예술은 사회구성원들의 민주적 소통과 각기 다른 처지의 행복추구를 지원하는 활동이다. 이 활동에 개인들의 표현을 넓히고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영역을 회복하고 이를 공동 관리하기를 기대한다. 그 과정과 결과로 표현되었거나 변화된 물질적 상태를 기대하므로 내용과 과정, 결과와 의미를 지닌 예술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의 공공예술은 사회적인 문제가 발견되면 그것을 대상으로 이웃들과 함께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운영한다. 일반적인 예술이 예술가로부터 시작되고 정리되어 대중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라고 하면 공공예술은 문제의 인식에서부터 공동체를 대상으로 관계된 이웃들과 소통과 변화의 과정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다른 양상을 갖는다.

여기에는 함께 살기에 대한 고민이 집중되어 있다. 그런 미래를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공공예술이 결과적으로 일반적인 예술이 지닌 글과 그림과 연극과 노래와 같은 형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진행과정에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누고 삶의 현실과 이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생활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궁극적으로 인간의 자유와 이웃의 연대를 회복하기 위한 변화의 욕구를 불러오지 않는다면, 문화와 예술을 ‘공급과 소비 / 서비스의 제공과 소득활동’이라고 규정하고 곧 그것이 공공이라고 몰아가고 있는 제도와 대중들의 분절된 사고를 떨쳐낼 수 없어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롭지 못한 예술가는 예술가답지 않다. 이 어렵고 복잡한 공공예술활동에 뛰어들었다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직장을 다니거나 회사를 차리는 작가들과 이곳저곳에서 이런저런 스펙을 쌓고 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질 수 있다고 믿는 청년작가들은 인생의 전체를 공공예술프로젝트의 점으로 연결하여 표현하려는 기회주의적 시도에 불과하다.

물론 그런 프로필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거나 공공예술의 문제를 평가하려드는 선배와 선생님들이 후배들의 그런 삶을 정당화시켜주고 있다. 스스로 잘났다거나 모자라다니 누구와 나눌 것들이 있을까?

내년에는 담뱃값이 오른단다. 나는 지금 담배를 물고 글을 쓰고 있다. 내년에는 담배도 술도 조심스러울 것 같다. 전기와 도시가스와 수도요금도 오를 것이다. 건강보험도 오른단다. 국민들이 일해서 국가를 위해 쓰라고 준 돈을 빼돌리는 사람들은 늘어가고 그 빈 제정을 국민들이 다시 채워놓아야 한단다. 채워주기 힘들고 싫다. 그럴 수로 이웃들이 자신의 것을 더 챙기려드니 말이다.

하루 종일 쉼 없이 바라보고 움직이고 물어보고 이야기고 뛰어다니는 송연이의 성장과 생존의 투쟁 앞에서 열심히 일하고 작은 것에 행복해하는 아빠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 한다. 6살인 내년에는 아빠 아프지 않게 담배도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먹고 사는 문제와 함께 살기의 문제를 고민하는 아빠의 모습을 다 전하지는 못하지만 인천에서 사는 동안은 새로 얻은 허름한 집도 열심히 고치고 동네작업도 조금씩 자유롭게 하면서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넉넉하게 이야기도 나눠주는 모습을 지킬 수 있길 스스로에게 기대해 본다.

아빠는 선생님이자 공공예술가이니까.

2014.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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