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꽃구경과 생애 첫 집을 얻은 특별한 봄

드라마고

(인천 생활문화협동조합 퍼포먼스 반지하 대표)

지난 일요일 생애 처음으로 꽃구경을 다녀왔습니다. 여섯 살 네 살 두딸과 열네번째 봄을 함께 맞이한 아내와 이사할 집을 함께 수리하시는 최반장님까지 다섯 사람은 오후 3시 인근의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길가에는 새하얀 벚꽃들이 눈송이마냥 피어있고 바람에 떨어진 꽃잎들은 눈보라처럼 아스팔트 위를 구르고 있었습니다. 공원의 나무에는 개나리와 철죽, 매화와 산수유꽃들이 제각기 피어오르고 어우러져 점묘화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어 ‘아 봄이구나, 아 자연이구나’라는 감정과 감탄을 불러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것을 보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사십대 중반이 되고 두 딸의 아빠가 되고 나서 보게 되는 꽃들과 새싹들은 ‘너희도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공감과 ‘다음 세대’를 만들어가는 자연의 활동에 대한 공감을 불러왔습니다.

예전 같으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 같은 때에 간다거나 주변에도 있는 꽃들을 굳이 특별하게 찾아가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생기지 않던 일이 꽃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아빠가 되니 봄날에 공원으로 꽃구경 나들이를 가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나 생애 첫 꽃구경이었던 그날 저는 공원에서 꽃구경에 취해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돗자리를 펴고 동행해 주신 최반장님께 양해를 구하고는 잠든 둘째를 누이고 옆에 누워버렸지요. 졸음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였고 몸에 메달린 팔과 다리가 잠시 좀 쉬자고 아우성치는 바람에 말입니다.

십여 분 후 일어나 한 시간 정도 공원을 돌아보는 동안 꽃구경보다는 아이들이 꽃과 사슴, 잉어등을 보는 활동을 구경하고 머릿속으로는 내일 다시 진행될 집수리 활동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저와 최반장님에게 올해의 봄은 봄비가 내리기 전에 보아야 하는 꽃구경의 날보다 두 달여 빠른 2월초에 시작되었습니다. 전 주인이 모든 짐을 두고 이년 전 떠난 작고 낡은 집에서 짐들을 들어내고 천장을 뜯고 주저 않은 대들보를 뽑고 새나무로 채워 넣는 일로 시작된 집수리는 꽃피고 새가 울기 전에 끝내자는 다짐과 다르게 3월을 지나 4월을 중간을 넘기면서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70여일의 노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이제 화장실에 변기가 놓이고 방들에 천장이 생기고 마당에 마루와 차양을 설치했으니 며칠만 부지런하면 다음 주 초 이사날짜에는 집안에 화장실이 있고 마당에 마루가 놓인 꿈꾸던 생활이 가능한 집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 집은 저의 생애 첫 자가 주택입니다. 그동안 가난한 삶을 추구하며 많이 소유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살아가던 저에게 사람들이 “왜 집을 샀어?”라고 물으면 저는 “아이들이 겨울에 춥지 않게 목욕을 할 수 있는 집이 필요 했어”라는 대답과 함께 ’가난과 몰이해에 위협받기 전에 스스로의 노동으로 집을 만들 수 있을 때 만드는 거야‘라고 대답합니다.

서른 살 비슷한 꿈을 꾸는 스물 여섯의 아내를 만나 시작한 공동체예술과 문화교육활동은 경계에 서있는 사람들과 공동의 희망을 만들고 지역사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꿈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큰 보람과 행복을 가져다주었지만, 생활을 탐구하고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활동을 강조해온 우리의 활동은 자신의 생활과 일치되지 않는 공공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활동들과의 갈등으로 많은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홍보와 소득을 중심에 두지 않고 자발적 학습과 생활실천에 집중하는 활동방식은 많은 노동량과 마음씀과 태도의 성실함이라는 일관성을 스스로 요구하게 됩니다. 우리 부부는 영세민 전세대출로 살아가는 전세집을 스스로 고치고 이웃들과 음식을 나누고 지인들과 삶의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는 대화활동을 펼쳐가고 있지만 집주인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되어 있고, 공공활동의 사람들은 의식과 생활적 주제들에서 한 발작 떨어져 삶의 처지와 생활적 태도에 대한 내용이 탈각된 파편적인 소재들을 예술과 교육 프로젝트로 만들고 소득과 경쟁의 논리에 종속된 활동을 공공활동으로 포장하는 왜곡된 문화속에 놓여 있어 보입니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역사회활동의 기회가 줄어드는 역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네 가족이 월 100원 남짓이면 생활할 수 있음에도 그만큼의 소득을 얻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소득중심과 경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그 생활적 대안이 빈집을 얻어 스스로 수리하여 집과 공간과 문화를 얻는 것이었습니다. 삶의 위기는 준비된 것이 있다면 뜻하는 삶을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와 용기를 북독기도 합니다.

올해의 봄에는 스스로의 삶의 대안으로써 두 가지 활동을 준비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앞서 말씀 드린 스스로의 노동으로 빈집을 고쳐 집을 얻는 일이고, 또 하나는 지난 3년간 준비해온 생활중심문화교육과정을 정리하고 이를 실천하고 교육할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지난 4년간 경쟁의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공모사업에 다시 참여하게 된 것은 생활의 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사회의 공공활동들에게 전하고 싶은 생활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안적 활동을 이루어갈 새로운 사람들을 양성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공모사업에 참여하지 말자고 했지만 아내와 단체의 엄마활동가들이 의기투합하여 사업을 준비하였지요.

지난 주 어느 날 집수리 출근길에 최반장님은 피어난 꽃들을 보시며 “겨울에 조용하다가 봄마다 꽃이 피고 잎이 새로 나는 것은 참 신기하단 말야” 말씀을 하셨습니다.

칠순을 넘기신 나이이신데도 여전히 꽃잎들을 바라보며 ‘봄이구나. 꽃이구나’ 감탄하시는 그의 말씀을 들으며 ‘70번을 넘게 맞이한 봄’인데도 또 다시 새로운 봄을 마주하신다는 것이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당신이 사시는 작은 아파트의 작은 화단에 나무와 꽃을 심고 아침 출근길에 피어난 꽃과 잎을 어루만지는 모습을 주변의 청년 후배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본인의 집도 아닌데도 매 공정마다 자신의 인생의 경험에서 떠오르는 방식과 대안을 제안하여 주시고, 온전히 한 집을 수리하는 과정과 새로 해보는 작업을 탐구하시며, 가난한 공공예술가 선생의 아이들이 따뜻하게 지낼 집이 생긴다는 것을 함께 기뻐하며, 성실하게 도움을 아끼지 않으시는 최반장님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의 70번째 봄날도 그와 같이 생활탐구와 노동에 대한 보람이 스스로에게서 찾아지는 날이 오길 기대하게 됩니다.

스스로 살아내고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공동된 행복의 조건일 것입니다. 집수리 현장에 찾아온 저의 젊은 후배들에게 일하는 방식을 천천히 설명해 주시고 뒤풀이에서 삶의 대화를 나누어주시는 최반장님의 모습은 올해 제가 강의하는 생활중심문화교육의 가장 중요한 모델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저의 두 딸은 아빠와 최반장님이 고친 예쁜 집에서 앞으로의 삶을 꿈꿔가겠지요.

드라마고 소개

서울태생으로 청년기 대학진학을 위해 인천으로 이주하여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강하였다.

미술교육을 전공하였고 초등미술전담교사와 인하대학교 미술학과 ‘지역사회와 예술’ 강사를 지냈다.

2001년 아내와 함께 문화운동단체 퍼포먼스 반지하를 설립하였고

현재는 지역문화활동과 조합원창작활동, 주민생활교육을 운영하는

생활문화협동조합 퍼포먼스 반지하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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