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만들어가는 <지역생활학교>2015 사례발표

오늘도 하루종일 가족의 삼시세끼를 고민하고, 한끼에 한두시간여의 노동을 꼬박 쏟으며 상을 차리고, 치우고, 설거지 하고, 다시 그릇을 정리하고, 다음끼니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재료를 준비하고 틈틈이 밀린 빨래를 하고, 널어놓은 빨래를 걷고, 개고, 다시 널고, 빵구난 양말이며 겨울채비로 옷정리와 수선을 하고, 아이들이 어지러놓은 장난감들을 함께 치우고, 빗자루로 쓸고, 닦고, 아이들의 생활공간을 다시 정비하고, 부서진 것이며 물건들을 고치며 하루를 보냅니다. 저녁이 되면 아이들을 씻기고 잘 준비를 하여 또 적절한 응대도 해주며 밤을 보내다가 재워야겠지요.

어느 집이나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면 다를 것 없는 매일매일의 생활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노동을 하루종일 매일매일 몇해고 하다보면, 스스로를 돌보아야 할 여유도 갖지 못한채, 더군다나 어떤 문화적 여유나 예술적 행위와는 거리가 먼 듯한 생활을 몇해고 지속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더 많은 노동’을, 그리고 더 싼 노동을 요구합니다. 아이들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밀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와 아이들을 돌볼 정신적,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채 그저 일하는 기계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생활의 방식은 어떠한 생산보다는 소비의 형태로 더 흐르기 마련이고, 이와 같은 소비를 위한 노동은 점점 더 생활의 노동과 괴리되어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소비가 우리의 삶을 진보시키지 못함에 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더 좋은 집을 사기 위해 저축을 하고, 보다 멋드러진 옷을 입기 위해 유행하는 상표의 옷들을 사입으며, 유명한 어느집에서 만든 음식을 사먹으며, 우리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만들어진 상품들을 선택하는 시간만을 좇아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행복이라면, 이것은 돈이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는 행복일 겁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행복은 자연의 일부인 우리의 몸을 더 병들게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의 사회를 더 빠른 멸망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엄마’들은 주변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비교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 비교는 끊임없는 경쟁과 소비로 서열이 매겨지곤 합니다. 이러한 삶은 수동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생활과 삶을 스스로 구상하고 계획해낼 수 없는 삶, 하루하루의 생활이 새로워질 수 없는 삶이고 스스로의 문제해결력을 가질 수 없는 삶의 모습입니다. 여기에 경제적 난관이 부딫힌다면 끊임없는 자괴감이나 열등감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채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엄마들이 만들어가는 <지역생활학교>’의 주체인 엄마들도 이러한 삶에서 크게 멀리있지는 않았습니다. 그 시스템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또 그것을 크게 거부할 수도 없이 그저 언저리에서 검소하게 살아오며 소소한 실천들을 해왔던 사람들입니다. 사교육을 거부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만들며, ‘지구와 마을을 살리는 엄마모임’이나 ‘마을활동’의 언저리에서 단순참여의 형태로 만나왔던 엄마들이 해가 지나면서 삶의 대화를 해나가고, 생태적 실천들을 생활속에서 찾아가면서 마을활동을 통해 우리삶을 보다 ‘의미있게’ 해나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소소한 깨달음을 나누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획공모를 통해 우리만의 모임을 보다 사회적 활동의 수준으로 가져가고자, 우리가 겪고 있는 생활의 문제들과 삶의 지향을 보다 일치시키며 미래를 함께 그려가고자 <지역생활학교>라는 모의사업의 형태로 스스로 자신의 삶의 공간의 주체가 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해인 올해의 작업은 이러한 엄마활동가들이 자신의 생활의 주제들을 교육과 연결짓는 일이었습니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판에서 참여의 형태로 가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스스로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낯설게 봄으로서 일상의 문제들을 교육의 주제로 형성하여 가거나, 너무나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생활의 단상들을 능동적으로 해결해가는 삶의 능동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번 사업에서 가장 처음으로 진행한 교육은 ‘지역생활학교’를 고민하기 위해 우리 안에만 갇혀있는 시선을 보다 범주를 넓혀 이해하기 위한 오픈특강이었습니다. 지역에 존재하는 한부모, 장애여성, 발달장애학부모 등의 같은 엄마지만,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층위를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삶의 만남들을 가졌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계획하고 진행함에 있어 늘 누군가를 배재시키지 않기 위함이기도 했고, 어떤 형태로든 지역에서 만나게 될 다양한 삶의 양태들에 대해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연에 흐름에 따라 생활을 구성하여 가는 생태적 삶의 방식을 나의 생활과 견주하여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여름캠프에서 특강을 통해 만난 각기 다른 삶의 양태들을 가진 이들이 모여 홍천과 횡성을 오가며 생활학교에 대해 공부하며 아이들과 함께 생활교육을 실천하며 생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5월에 시작된 상반기 본교육과정은 우리의 ‘생활’의 이야기로 시작하였습니다. ‘생활중심의 교육활동 구성하기’라는 주제로 12회차 진행된 교사양성과정은 우리가 늘 바라보고, 접하고, 겪어가는 일상의 모든 부분들에 대해 새롭게 볼것을 요구하고, 스스로의 교육철학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인문학 강의와 생활교육계획 수립과 생활실천 과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나의 사물, 생활의 의미, 노동과 생산적 삶의 필요, 일상의 질문들을 자신의 삶을 실천해가기 위한 과정으로 구성하는 과정은 스스로의 생활의 질문(주제)들을 발견하고, 그 주제를 탐구해가며 생활교육의 과정을 수립하고 모의생활실천을 진행하였습니다. 실예로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실내화를 빨 수 있는 생활과정을 실천한다거나(자립생활교육), 터울진 형제들의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에 대한 탐구(공동체놀이), 집정리 중 발견된 ‘우리 옷’에 대한 고민(의교육), 살림과 요리가 늘 부담스럽고 즐겁지 않은 근본적인 물음(살림), 집에 사는 벌레들에 대한 고민(생태생활교육), 이미 엄마품을 벗어난 아이들과의 진솔한 대화에 대한 고민, 매일 가는 공동육아 아이들과의 생활교육에 대한 고민 등 각각의 자신의 주제로 시작한 고민들을 탐구해가며 일상에서 부딫히는 실제적인 고민의 지점들을 생활교육의 형태로 실천해가기 위한 과정을 설계하고, 이 과정이 고정된 형태가 아닌 가변적 상황에서도 변경되어 스스로 탐구되어 갈 수 있는 능동적 학습의 과정으로 구성하여 가기 위한 탐구과정들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나온 계획안 중 두가지의 계획안을 하반기 의식주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살림과 요리에 자신없는 사람들의 모임-수다로 요리를 만나다], [한옥에서 만나는 우리 옷 -우리 옷...마음속에 피어나다]를 진행하였습니다.

 

하반기 과정의 주제를 ‘의식주의 능동성’으로 잡은 것은 생활학교 <언덕을 오르는 바닷길>의 출발로 생활의 근간인 ‘의, 식, 주’를 소비의 영역이 아닌 생산의 영역으로 구성하여 가기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오랜시간 너무나 당연히 해온 의식주의 영역은 과거 자연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지만, 우리의 생활이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고, 이의 물질들을 생산하고 소비하기 위한 다양한 산업형태가 발생되면서 사실상 직업노동과 생활노동이 분리되어 수많은 물질들의 취사선택으로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에 갇히면서 실제적 생활에서의 능동성은 발현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문화와 예술역시도 이러한 의식주로부터 출발하여 현재의 형태를 갖게 되었으나, 현재의 문화와 예술은 근본적인 의식주의 원형은 다루어지지 못한채, 패키지화 된 물질들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그것은 자본의 영역이 아니라 스스로의 고유한 생활을 돌아보고 사고하며 해결해가는 과정이라는 것, 생활을 도외시한 채로 삶의 능동성이 이루어질 수 없고, 존재의 고유성에서 발생되는 창조적인 내용들이 채워질 수 없다는 것,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삶의 내용들로부터 노동이 발생하고, 직업이 이루어져왔으며, 그것이 소통되고 공유되는 속에 문화와 예술로 발현되어왔음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의 출발이었던 의식주의 영역은 당연하지만 의미를 부여하기엔 너무나 당면한 일상이어서 이를 중심에 놓고 낯설게 보는 것조차 쉽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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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학교 ‘언덕을 오르는 바닷길’ - 하반기 교육과정 ‘의식주의 능동성’>

 

자신의 생활로부터 문제를 해결해가고, 이를 교육과정으로 구성하여 이에 참여하는 이들이 생활의 능동성을 갖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하반기 교육과정은 각각이 12회차로 구성되어 마무리 되었습니다. 衣 교육은 처음에는 ‘왜 우리 옷일까?’ 하던 물음에서 누구나가 벽장 안에 한 벌쯤 쳐박혀 있을 우리 옷을 보다 쓰임있는 무언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리폼작업과 우리 옷의 다양한 면모를 돌아보며 우리의 의생활에 대해 돌아보고 더불어 우리 옷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우리 옷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우리의 옷이, 나의 옷, 나의 아이의 옷이 고유한 자신의 멋을 담아내며,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거나 낭비하기 않으며 보다 쓰임이 있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능동적으로 고민하며 실천해 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食 모임은 ‘당연히 엄마라면’ 요리와 살림을 잘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억압되어 있는 엄마들이 왜 요리와 살림에 점점 더 자신이 없고 지쳐가는지 다른곳에서는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해나가며, 스스로의 살림노동이 자연과 연결되어 있고,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일임을 깨달아가며 함께 일하고 함께 마음과 삶의 노동을 회복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상의 노동은 여전히 힘들고 지치는 일일 지라도, 혼자 먹는, 혼자 차리는 밥상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그것이 요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는 밥상이었기에, 그리고 혼자만의 노동도 모임을 통해 함께 격려하고 지지해주었기에 더 의미가 있었지요. 住 교육은 생활공간의 각 부분들이 동서양에서 어떻게 존재해왔는지를 돌아보며, 이러한 생활이 담긴 시와 그림들을 통해 늘 존재해왔던 집의 부분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새롭게 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생명이 태어나고 생명이 다하는 집, 우주를 다루는 ‘집’이라는 철학적 해석을 통해 생활과 삶의 양식들이 집에 어떻게 담겨질 수 있는지, ‘집’이란 것이 단순히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공간을 넘어서서 생명과 생애와 자연을 담아갈 수 있음을 사고하며 자신의 생활공간을 다시금 돌아보는 과정이었습니다.

 

공간의 협소함으로, 혹은 대중적이지 못함으로 많은 참가자들이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각 교육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생활은 실제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변화는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지요. 어떤 마음이 들었을 때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다음의 움직임을 추동하며 연속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움직임들의 결과는 실제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변화시키기에 생각과 마음과 행동의 간극은 점점 다루기 쉬워지는 듯 합니다. 생활이 이루어지는 의식주의 작은 변화, 그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한 공부는 그래서 필요하고, 자신의 행위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인지할 수 있을 때 그 노동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기술이 쌓이고, 그 기술은 자신을 넘어서 더 많은 이들과 쓰여질 수 있는 공공의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의 능동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 서로 도우며 배움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며, 모르는 이의 값비싼 노동이나 물건을 (딱 맞는 것이 아니더라도 대충 비슷한 것을 취사선택하여) 사지 않고도 스스로의 생활을 해결해 갈 수 있는 방법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것이 문화가 되고, 교육이 되고, 그 이야기들이 예술로 발현될 때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가 더욱 가치로운 것으로 확산되리라 생각됩니다.

 

생활학교 <언덕을 오르는 바닷길>은 내년의 과정으로 올해의 참가자들이 중심이 되어 다음의 단계를 밟아보려 합니다. 되살림 패션과 마을집수리, 생태살림, 동네숲이라는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한 지역아동센터와의 연계 숲 생활교육 등을 주제로, 상반기에는 참가자들과 연대활동가들이 지역에서의 생활교사로 거듭날 수 있는 연구모임을 각각 꾸려 이에 맞는 인문학 워크샵 및 연구모임에 필요한 특강과 활동 등을 진행하며 교육과정을 구성하며, 하반기 이 모임들이 꾸려가는 교육과정에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입니다.

 

 

2015. 12. 11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주제발표

생활문화협동조합 <퍼포먼스 반지하>

지경

 

 

엄마들이 만들어가는 <지역생활학교> 2015 소개

생활의 당사자인 엄마들이 주축이 되어 자신이 생활에 당면한 문제들을 교육의 주제로 구성하여 가는 <생활중심의 교육과정 구성하기>, 한부모, 장애여성, 발달장애학부모, 생태살림 등의 특강을 통해 만난 다양한 여성들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학교에 대한 상을 잡고자 진행한 <제 1회 생활학교 공동체 생활캠프>, ‘의식주의 능동성‘이라는 주제로 상반기 생활교사 양성과정을 통해 나온 교육과정과 생활공간교육으로 구성한 하반기 생활학교 의, 식, 주, 교육과정- 衣교육 <우리 옷.. 마음속에 피어나다>, 食모임 <수다로 요리를 만나다>, 住교육<생활공간의 인문학적 사색 집 우宇 집 주宙>- 를 통해 생활의 주체인 엄마들이 당면한 생활적 주제들을 생활교육으로 구성해가며 지역의 다양한 존재들과 스스로의 삶을 함께 살려나가는 생활교사로 성장해간다. 또한 이의 과정에서 만난 가치연대를 통해 지역사회에서의 지향의 공동체를 이루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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