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축제

 

생각해 두었던 숙제

아마도 그건 나의 존재를 사로잡지 못한 못난 몸둥이를 위안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머리속에 그려놓은 그림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것이다.

 

돌을 옮기고 흙을 고르고

죽은 나무를 베어 울타리로

작은 나무를 곱게 심어 작은 화단을 만드는 것 같은 그림들

 

땀이 뭉게지고 그 땅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완결의 환희는

그 그림을 감상할 사람들의 이상스런 눈길이 두려워

사라져 버린다.

 

시간이 지나도 그 땅은 나의 것이 아니었고,

그 시간을 누구에게 선물하였는 지도 확실하지 않아

밤이 오고 다리위에 무지개 조명이 켜지면

난 다시 그림으로 돌아간 풍경을 바라보며

 

아, 살아있었다.

기념한다. 여전히 몸둥이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쉬고 있고

생각만 몸둥이보다 좀 더 어여쁜 그림을 위해 긴 숨을 쉰다.

 

너와 무엇을 기념할 것인지 이야기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정하지도 못하고

사건은 쌓여 몸둥이는 뚱뚱 붇고

머리는 기억을 순서대로 지우지 못해 그 때가 언제인지

때론 지금 모두 뒤섞여 현재가 되어

바라보는 너와 지금을 기념하지 못하고

닭코치마냥 토막난 향기를 씹는 몸둥이를

머리는 그냥 두기로 한다.

 

그날이었던가

내가 어디로 갈 것인지 장소로 묻지 않고

그림으로 말했던 날이

 

그 다음날 이었던가

너와 함께 있다고 느꼈지만 그리움은 나의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은 날이

 

몸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기억도 다르고 친구도 다르고 부모도 다른

너와

내일만나도 다음 날도 만나고 죽음의 날까지 만나기로

약속하지 않았는데

그럼 우린 무엇을 함께 기념하고 함께 있다고 의미삼을까.

 

남는 것 내가 너를 억압하였는 지 네가 나를 억압하였는 지의 전쟁

더 큰 억압과 더 작은 것들도 억압하는 것들로

 

더 잘못한 것들과 덜 잘못한 것들과

먼 곳에 사는 이들과

가까이서 살아도 먼 이들과

자주 만나는 사람들속에도

그들의 세상이

그래서

우린 어떤 날이 그 다음의 날들같기를 바라는 한 날을 어디에 두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그것을 준비하는 행위조차

그것을 의미하는 물건조차

그것을 전할 사람조차 잃어버리고

 

우리의 아름다운 그림들은 늘 먼 곳의 나쁜 자들보다 부족하다는 수줍은 굴복을 안고 있지 않은가

 

하나의 날에 하나의 말을 기억하고 축제하고 싶다.

하나의 그림을 나도 꾸고 너도 꾸어 함께 화단을 만들고 싶다.

하나의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너에게 주고 싶다.

바쁜 날들에도 너를 위해 편지는 아니라도 작은 메모를 너의 가슴에 남기고 싶다.

 

오늘 본 날고 있는 갈매기와 마주친 눈빛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축제하기 위해 갈매기 춤을 추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