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작성일 :

나를 둘러싼 울타리
그리고,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들
그속에서 골목길이라도 열리며
방범등 아래로 빙글돌아 나가는 그림자와 함께
하늘 없는 시멘트 땅을  눈으로 밟으며 오른다.

저 멀리에 하늘이 있으면
구름이 있으면
떠나고 다가오는 것을 보며 안으로 둘러쳐 있던 울타리를 벗는다

보이지 않는 폭풍에 두려워하는 저 언덕위의 25층짜리 아파트가 없다면
그 작은 산을 넘어 이곳으로 오는 바람도
겨드랑이 시원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나무라던지
바람에 밀렸다 해방되는 풀들이 그려줄 것이다.

방음막에 가려져 전기줄에 부딪겨가는 위만 보이는 전동열차라도 보이고
그 그림자에서 몇일 늦게 피는 꽃들이 피어오르고
지나쳐가야 할 남의 집의 벽과 계단과 지붕을 만지고 두드릴 수 있다는 자유가 있어
맘은 울타리는 옆으로 펼쳐져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붉기도 보라이기도 한 저멀리의  하늘을 볼 수 있다.


그곳은 지금 도시에서 버려졌다 구출되니 고물들이 모이는 상점과
남을 사라지게 하고 자신도 사라져간 이가 비워두고간 폐가와
이 도시의 모든 낯선 여행자들을 위해 이름없는 '우리' 노동한 작은 공원이 있다.

그곳에 울타리없는 작은 2층집이 있으면 좋겠다.

언덕에서 다시 아래로 서울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방음벽에 갖혀진 철길과 창문도 없는 지하도를 따라 다니다
지상의 수많은 사람과 건물과 상점들을 보다보면
하늘도 바람도 그리고 수많은 벽과 울타리로 가득한 그곳이 보이지 않게 된다.

순박한 변두리 청년에서 울타리에 갖힌 인간동물사이에서
자유와 존중과 논리를 정돈할 수 없는
과거의 상처들이 쏫꾸쳐 오르는 소란속에서
서로를 조금 더 위로할 수 있는 방법들이 혼돈스럽고
거대한 폭풍속의 강물처럼 뿌옇게 쓸어내려가는
스스로를 잃고 술취한 거리를 헤매이게 하는 서울의 울타리들은

가만히 있어도 집단의 풋매에 난타되어 한참을 도망치고야 회색이 고요 인천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인천에 서울이 늘어가면서
방음벽울타리가 늘어가면서
차라리 허약한 몸둥이를 끌고
농촌의 일당일꾼으로 살아갈까 가끔 하늘을 본다.

이 도시의 가난한 건설현장인부들처럼
수많은 사연속에서 여전히 자신의 삶의 앞뒤를 정리할 수 없는
상처위의 상처같은 사람들보다
더 맑은 무엇도 없는 곳에서

나도 그저 흙이 되어 다음해에 새롭게 피어오를
새봄을 기도하는 새벽 혼자의 눈물과 방황을 닮아갈 수 밖에

너무 오랬동안 사람들은 이곳을 잊어 왔고,
이제 이곳을 만난 사람들은 각자의 상처로 이곳을 비춰본다
그이들도 나도 그렇게 만나면서
골목 울타리에 가두어둔 흙에 씨를 뿌린다

카테고리 :
시창작
조회 수 :
2594
등록일 :
2008.08.04
00:30:07 (*.154.34.221)
엮인글 :
http://vanziha.net/zbxe/35220/e2e/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vanziha.net/zbxe/3522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42 창작스토리텔링 강화 도장리 file [레벨:5]전지 2986   2008-08-04
 
» 시창작 자신의 시대를 잃은 골목길의 씨앗이야기 드라마고 2594   2008-08-04
나를 둘러싼 울타리 그리고,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들 그속에서 골목길이라도 열리며 방범등 아래로 빙글돌아 나가는 그림자와 함께 하늘 없는 시멘트 땅...  
40 시창작 여전히 울컥이는 그대를 오랜만에 만나 드라마고 2543   2008-08-12
 
39 시창작 이 시대의 삶의 자세 마고 2512   2008-07-14
 
38 시창작 아침주정 드라마고 2493   2008-09-01
 
37 마음의 이야기 창과 방패 [레벨:19]반지하 2164   2010-08-13
 
36 마음의 이야기 아프다.. [레벨:19]반지하 2061   2010-08-13
 
35 활동스토리텔링 학생들과 마을을 돌다가.. [1] [레벨:11]정씨 2057   2011-01-07
 
34 시창작 아빠와 아이들 [레벨:13]드라마고 2025   2013-09-08
 
33 마음의 이야기 공정한 삶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 [레벨:13]드라마고 1963   2011-01-12
 
32 마음의 이야기 길을 잃은 너에게 [레벨:14]결.. 1959   2011-03-26
 
31 마음의 이야기 옛노트에서 [레벨:19]반지하 1937   2010-08-13
 
30 시창작 들판에게 [레벨:19]반지하 1912   2010-08-13
 
29 마음의 이야기 .. [레벨:19]반지하 1832   2010-08-13
 
28 마음의 이야기 .. [레벨:19]반지하 1817   2010-08-13
 
27 활동스토리텔링 문득 성완경 교수님께 쓰는 편지 [레벨:13]드라마고 1791   2010-05-24
 
26 활동스토리텔링 이른 아침, 천안에서 [레벨:19]지경 1732   2008-07-11
 
25 활동스토리텔링 2009년 싱가포르 여행기 file [레벨:13]드라마고 1730   2010-05-02
 
24 마음의 이야기 이사를 앞두고 [2] [레벨:19]지경 1722   2012-04-05
 
23 창작스토리텔링 버려진 아파트 마을에서의 결혼식날 file [레벨:13]드라마고 1712   2008-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