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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의 계절

 

드라마고 2010 1 31 새벽 3시 24분

 

 

5년전 겨울

길가로 밀려나 잠든 눈더미

회색과 흰색

 

밖도 안도 추워

길을 나서 우는 나는 덜 초라했다.

 

10년전 겨울

거리를 초롱거리는 술집에서 마신 술은

세상에 소리 지르더라도

 

술 없이 사는

삶은 시를 썼다.

 

15년전 겨울

시끄럽게 울어대는 어머니와

시끄럽게 투덜대는 아버지를 두고

 

배고픈 줄도 모르고

막차에 올라

집 없는 어딘가로 돌아오곤 했다.

 

올해는 춥고 한달전 내려온 눈은

한달 동안의 겨울잠을 자고는 얼음이 되었다.

 

배고픔과 추음은 없는데,

아버지의 소리와 어머니의 눈물은 멀어졌는데,

 

열심히 사는 아내와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이웃들의 사이에서

 

난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을 어딘가를 꿈꾼다.

 

그런 곳은

멀지 않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많은 겨울을 보내고도

 

그 기억의 더미는

골목길 회색과 흰색으로 누워

 

다시 하얗게 쌓이지도

녹아내려 봄이 되지도 않고

 

스스로의 회초리를 깍아

터버린 종아리를 향하는 고드름이 된다.

 

모두가 그렇게

모두가 그렇게 산다는 것을

겨울이면 집안에 누워

그렇게 살지 않은 것처럼 숨어산다.

카테고리 :
시창작
조회 수 :
1666
등록일 :
2010.01.31
03:26:17 (*.239.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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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1]정석

2010.02.02
17:11:55
(*.142.231.50)

5년 전, 10년 전, 15년 전을 생각해 봅니다.

돌이켜 보니, 만나지 않고 알기를 바랐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사 이웃을 마음에 담아 보기로 합니다.

다시 5년이 가고, 10년이 가고, 15년이 가겠지요.

20년 후면 내 나이는 56이 되지요. 하지만 그건 그냥 그것일 것입니다.

그전에 15년, 10년, 5년이 내 삶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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