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드라마고
작성일 :

새벽에 잠을 깨는 날이 있다.

창밖이 까맣다.

 

봄날

그들과 섞이지 못한 나는

그들의 고요한 잠의 뒤편으로 산책한다.

 

담넘어

피어 펼치는 수많은 잎파리들이

깨어있는 지 잠들었는 지 뒤척인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이 시간은 고요하고 사나울 거다.

 

몸은 흔들거리고

머리는 삐죽이고

입은 질겅 씹는다.

 

누구나 자신이 주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다.

 

주인의 시선과 감성은

어두운 야채통의 구석에서 이미 

싹트기 시작한 감자를 발견하는 것만큼

평범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나 고독하면

너무나 당연하게 

그 잘못이 당신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배고파도 먹지 못할 바에는

그 몸을 갈라 심어야 한다고

생각이 나는데 

말하지 못했고

 

이제서야 텃밭을 보며

은유 손바닥같은 감자잎에

절실하면서도 소용없는 하얀 꽃들이 필 날이

한달 뒤 며칠 뒤면 온다는 것을

또 말하지도 못하고 생각하고 있다.

 

낮에 29OC가 넘지 않은 날

누군가는 땅을 뒤져

숨겨진 하얀 새 감자들을 들어 올리는 날이 오고

당신은 그곳에 없을 거라고

 

이 새벽에 잠든 감자에 물을 주며 깨우는 이유가

어제 저녁 술취해 당신의 멱살을 잡은 이유가

그날에 없을 당신에게 전하는 이별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내일의 이별은 서로 조금 안타깝지만

내가 모르는 당신의 날들에

그 꽃이 감자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린 다르지 않게 사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이야기 할 수 있겠지

 

낮의 하나를 함께 보지 못하고

각기 있는 새벽을 알 수 없어 이별하는 것은

옳다 ,

 

카테고리 :
시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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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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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9]지경

2014.12.13
05:30:29
(*.233.36.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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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난 그 과정에서 지독하게 싸웠던 경험은 많지 않습니다.

잃는것이 두렵고, 싸우는 것이 두려워 각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은 많이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치열하게 사랑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한명 두명 떠나보내다 보니 사람이 오고 떠나는것에 무디어지기도 했습니다.

그저 함께 있을때는 함께 있는 시기이기에 함께 있는 것이고, 헤어지고 나면 그것이 우리가 갈 길이 다르기에 헤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위안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있지만, 우리가 함께 있는것이 아니라는걸 깨달았을때 그것은 분노가 되고 살아갈 의욕을 잃게 만들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때로는 헤어진 누군가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냥 보고 싶고, 그래서 연락을 하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만나도 어차피 서로의 갈길이 달라 다시 헤어짐을 알면서도 그저 문득 그렇게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와 헤어진다는건, 이별을 고한다는건 대단히 힘든 일입니다.

그 이유가 그가 이기적이건,  옳지 않건간에 한번 애정을 쏟았던 대상에게서 애정을 철회한다는 것은 애정을 부은만큼의 시간을 후회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와 그려갈 미래도 접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는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담겨있습니다. 그것도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헤어지지 않으면 진짜로 만나기 어렵다는것도 생각합니다.

헤어짐의 숙제는 늘 자신에게 남습니다. 풀지못한 숙제처럼 머리 한쪽을 지그시 누르고 있습니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건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과 열심히 만나가는 것 뿐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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