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을 좋아한다.

가위로 재단하고 다림질하고 복잡한 시접 방향과 그에 맞는 본뜨기등은 건너뛰고 최종 마무리 바느질만 좋아하니 문제인건 애써 시침 뚝 외면한채...

온갖 스트레스와 치졸한 마음 한구석 달래기엔 이것만한게 없다는걸 영악스럽게도 꼬꼬마 어린시절부터 알았드랬다.

본업에 지치거나 워밍업에 뜸들일때 나는 종종 중앙시장에서 뜬금없는 천을 사와 낡은 소파에 앉아 바느질로 시름을 달래곤 했는데 처음에 생각했던 이미지나 구상과는 항상 다른 결과물이 나오곤 했다.

이를테면 배게피를 만들다보니 눈대중으로 대충 맞는듯 하던 안감이 모지라다든가 지퍼가 중간에 모지라다든가 하는 사소한 것들인데 뜯기싫어 어거지로 이어가다 보면 결과물은 처참하다...

 

어찌되었건 이런 바느질에 대한 열망을 도저히 답없는 개인 일정속에서 무식한 용감함으로 심쌤의 의 수업을 신청했다.

열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하시는 전통한복에 대한 수업이 일주일에 한번 머리를 깨우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일러스트 의뢰가 들어올 때 의상에 대한 고증이 언제나 까다로웠는데 많은 부분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쌤이 정말 힘겹게 한보따리씩 싸들고 오신 온갖 종류의 한복들을 만져보고 그 구조를 들여다 볼 시간을 가질수 있어서 유익했으며,우리 옷을 입으면서 적어도 그 역사와 유례 명칭 정도는 더듬거릴지언정 한마디쯤 할수 있게되지 않았을까 싶다.  

학습지 뒷면의 엘리자베스 키스의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도 좋았고, 도란도란 바느질 하며 나눈 수다도 좋았으며,  바느질로 만나는 공통의 주제로 밴드에서 읽는 소소한 일상이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일정에 쫒겨 박물관에 가지 못한것과 막판 수업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수업준비에 열과 성을 다한 심쌤과 심이님께 굉장히 미안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알차고 깊이 있는 이런 수업이 우리 교육과정에서 나왔다는게 뿌듯하고 결과물인 허리말기 치마와 당의앞치마로 이시간이 기억될수 있어서 더더욱 소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