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나라 국민은 행복합니까?"
[인터뷰] 돌지 왕디(Dorji Wangdi) 부탄 노동인적자원부 장관

지난 10월 5일부터 3일간 송도컨벤시아에서 2010 ICLEI 세계 환경회의가 열렸다.

환경회의는 <도시의 미래>라는 큰 주제 아래 <생태효율> <회복력> <녹색경제> <시민행복> 4가지 분야로 진행되었다. 전 로마클럽 사무총장 마틴 리를 비롯한 쟁쟁한 석학과 30여명의 유럽, 남미, 미국, 아시아의 지방정부 정상들이 참석하여 열띤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 내용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자연 자원을 약탈하면서 한없는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도시의 미래를 아주 나쁘게 만들고, 또 하나는 지구의 위기를 잘 다스리자면 국가 단위가 아닌 도시 단위의 역할이 더 커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도 개발과 성장에 목말라 하는(?) 인천시가 듣기에는 달가운 결론이 아닐 수 있겠다. 하지만 인천을 이끌어가는 지도자, 또는 인천의 미래를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놓치기 아까운 주제 발표와 대화가 오고가는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끌었던 사람은 부탄 왕국의 노동인적자원부 장관 돌지 왕디(Dorji Wangdi)였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GDP라는 경제수치 대신 삶의 질을 측정하는 대안적 지표로 등장한 부탄의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지수를 발표했다.

필자는 그의 발표를 들으며 GNH가 부탄 국민들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했다. 아래의 글들은 돌지 왕디 장관과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질문: 국민총행복지수(이하 GNH:Gross National Happiness)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십시오.

왕디: 지금까지 모든 나라들은 GNP(국민총생산지수)를 사용하여 나라의 발전 정도를 비교했습니다. GNP가 높을수록 잘 사는 나라이고, 당연하게도 그 나라 국민들은 행복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GNP는 성장의 궁극적 목표인 삶의 질에 대한 만족감, 즉 행복의 크기를 잴 수 없죠. 더구나 경제적 풍요만을 추구한 현대사회는 행복과는 반대로 불행하고 비극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GNH는 한 나라의 부를 측정하는 데 경제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화, 정치, 공동체적 관계, 환경적 요소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행복의 기초를 이루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고자 합니다.

질문: GNH는 어떤 계기로 탄생하게 되었습니까?

왕디: GNH는 부탄의 4번째 국왕이 제시한 개념입니다. 그는 3번째 왕인 도르지 왕추크의 아들로 17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던 지그메 싱게 왕추크입니다. 3번째 왕이 부탄의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호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이어받아 4번째 왕이 된 지그메 싱게 왕추크 국왕께서 국민총행복지수를 40년 전에 정책화하였습니다. 그리고 ‘국가정책의 목표는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는 왕의 발언이 영국 언론에서 다루어지면서 비로소 부탄의 GNH 개념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많은 나라와 유엔 등에서 부탄의 GNH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질문 :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것이었나요?

왕디 : 아닙니다. 처음에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정책의 목적은 단 하나 국민의 내면적 행복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였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우리들은 개발을 한다면 이걸 통해서 어떤 행복을 얻을 수 있는가를 생각했습니다. 국민들의 행복을 보장하는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지금은 5번째 왕이 2년 전에 왕위를 이어받았습니다. 29세로 영국에서 교육받았습니다. 4번째 왕은 52세의 나이로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났고, 5번째 왕까지만 집권할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11월에 부탄 최초의 선거를 합니다.

GNH를 프로그램화하고 지수로 계량화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질문 : GNH 내용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주십시오.

왕디 : GNH에는 4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고, 이 원칙은 9개 분야 72개의 지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4가지 원칙은 ①지속가능한 성장, ②자연환경의 보전, ③전통문화의 보존, ④좋은 통치입니다. 이 네 가지 원칙이 사람들에게 행복과 성공에 도달하는 조건을 만듭니다.

여기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물질적 성장과 배분 못지않게 교육과 병원 같은 사회적 분야에 대한 지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 우리는 숲의 면적을 전 국토의 60%에서 지금은 72.5%까지 늘리고 있습니다. 관광객에게 입국료를 받는 까닭은 부탄은 돈만 쓰고 가는 관광, 정크푸드로 오염되는 관광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문화와 자연환경, 전통을 존중할 수 있는 문화적 관광을 추구합니다. 오히려 이런 까닭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탄을 방문하고 싶어합니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최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질문 : 9개 분야 72개 지표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말해주십시오.

왕디 : 9개 분야는 ①생활수준 ②심리적 웰빙 ③지역공동체의 활동성 ④건강 ⑤시간활용형태⑥교육 ⑦문화 ⑧자연생태계 ⑨굿 거버넌스(좋은 통치)로 구성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행복을 수치로 측정할 수 없다고 하지만 행복이란 바로 이 9개 분야에서 성취를 이루게 된 상태를 뜻합니다. 우리는 9개 분야 중에서 특히 지역공동체의 활동성, 활성화가 행복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역공동체 내부의 구성원끼리의 호혜적 관계가 이루어지고, 이웃 간 신뢰가 확보될 때 우리는 여타의 위험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예컨대 집(house)을 우리는 개인의 소유물로 보지 않습니다. 미래세대가 자라는 소중한 공간이기 때문에 사회구성원 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봅니다. 공동체가 지원해야 하며,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 9개분야는 세분화한 72개 지표로 구성됩니다. 내용은 www.bhutanstudies.org.bt를 참고하십시오.

72개 GNH 지수는 모든 정책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으로 공무원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지수 값을 적어 넣으면 온라인으로 집계되어 향후 정책을 판단하는 데이터가 됩니다. 부탄의 모든 정부 정책과 프로젝트는 이 틀에 의한 심사과정을 거치며, 각 항목에서 일정 이상의 점수를 획득할 경우에만 시행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과감하게 폐기됩니다.

현재 47석의 여당도 GNH지수에 따른 <평등과 정의에 기반한 성장>메니페스토집을 작성하고 연간 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합니다.

질문 : GNH가 국가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일반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왕디 : 우리는 GNH를 40년 전부터 국가의 정책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지역과 도시의 계획에 행복이라는 개념을 결합시키고자 하였으며, 이에 따른 연구도 계속해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마치 우리가 입는 옷처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GNH는 헌법에 명기되어 있으며, 모든 법률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헌법에 “나라의 의무는 행복에 관한 생산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모든 조건을개선시키는 것이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GNH계획을 5년 단위로 세웁니다. 올해로 10번째 5개년 계획이 수립되었습니다. 행복지수의 상승 정도를 계량적 수치로 나타내는 것은 모니터 프로그램을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갔던 부탄학생들이 거의 전부 부탄으로 돌아오는 현상, 영국, 일본, 미국, 유럽에서 급여가 많은 직장을 마다하고 부탄으로 돌아와 연 2000-3000달러에 지나지 않는 직장임에도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저 역시 그렇구요.

행복은 물질적 수치로만 측정할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은 마음의 풍요로움과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GNP로만 따지면 우리는 가난한 나라임에 틀림없습니다. 현대사회의 편리함, 풍족함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느 쪽 삶의 방식이 훨씬 윤리적일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질문 : 물질적 성장과 영적 성장의 조화는 어떻게 가능합니까?

왕디 : 우리는 불교국가입니다. 그래서 국민이면 누구나 종교적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할 때 기꺼이 시간과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를테면 국민이 수행을 위해 직장을 일정기간 떠나겠다고 한다면 두말 없이 인정합니다. 그가 수행하는 공간, 즉 성지, 암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해줍니다. 수행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암자와 성지에 이르는 길을 포장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개인의 영적 성장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약간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부탄은 2005년 전 국토 안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흡연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입니다. 햄버거, 커피, 콜라 등 정크푸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 역시 자연의 균형은 물론 개인의 균형을 깨뜨린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현대 문명이 위기라고 말하는 것의 근원에는 욕망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욕망을 부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좋지 않은 일입니다. 욕망을 무한정 늘린다고 행복이 무한정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물질적 성장은 언제나 영적 성장과 함께 가야 합니다. 균형이 깨지면 우리도, 지구시민으로서도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닙니다.

질문 : 그렇다면 국제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까?

왕디 :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부탄의 GNH 지수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현재 프랑스, 독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이 함께 GNH지수를 모델로 한 지표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수치로만 표현되는 GNP, GDP 개념은 더 이상 현실을 드러내는 지표가 아닙니다.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을 약탈하는 행위조차 국내총생산 개념에서는 긍정적 요소로 잡힙니다. 경제수치에는 윤리적 판단이 거세됩니다.

GDP, GNP는 한 나라의 진정한 부를 나타내지 못합니다. 국민총생산량은 행복과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지도자는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인 만족감, 영적 성장을 이루도록 촉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을 통해 몇 번 소개된 적이 있지만 GNH가 지방의제21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에도 좋은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잡은 총인구 80만 명의 부탄. 수도승이 군인보다 많고, 금연국가이며 GDP는 낮아도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그 곳은 경제 성장과 개발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절대적인 믿음에 의문을 던진다.

인터뷰 도중 그가 말했다. “당신의 나라는, 국민은 행복합니까?”

 

 


 

우리는 행복한가. 지방정부는 시민 개개인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얼마나 제공하고 있는가? 아니 개인의 행복이 결국 국가, 지방정부, 지도자의 의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을까? 아직까지 우리는 짙은 개발의 그늘 밑을 가고 있으나 앞의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해야 할 때가 곧 다가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