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12월23일 17시00분
"문화활동을 즐길 토양부터 갈아야"

[인천in 창간 1주년 기획] "문화를 품자" ① '회색도시' 인천은 안녕~

취재: 김주희 기자

[인천in 창간 1주년 기획] 인천, "문화를 품자"

① '회색도시' 인천은 이제 안녕~

② 문화 없는 '경제수도'는 없다

③ 문화도시를 꿈꾸다


민선5기 시정부는 지난 7월1일 출범하며 새로운 인천의 도시 비전으로 '경제수도'를 제시했다. 이어진 송영길 인천시장의 취임 100일. 그는 이날 경제수도를 어떻게 꾸리고, 만들어갈지 실천전략을 이야기했다. 소통과 상생을 바탕으로 '사람과 기업, 물류'가 모이는, 그리고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인천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민선4기 시정부가 추진해 온 '명품도시'와는 차별화한 전략을 기대했던 지역 사회는 그러나 '경제수도'가 전 안상수 시장의 비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급기야 6.2 지방선거에서 송 시장을 지지했던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아예 등을 돌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경제수도'가 여전히 '개발과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문화'를 동력으로 하는 '창조도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도시의 경쟁력이 '양'에서 '질'로 평가받는 21세기에 여전히 20세기식 도시비전을 내놓은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천시의 정책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남구와 연수구 등을 중심으로 일부 기초단체들이 창조도시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구상을 내놓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유럽에서 일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중반 인천지역에서도 활발히 논의한 바 있는 창조도시의 동력은 그 도시의 '문화'다. 그렇다면 인천의 '문화'는 얼마나 큰 에너지를 품고 있을까. 또 인천은 그 에너지를 충분히 쓸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인천in>이 창간 1주년을 맞아 '문화도시'(또는 창조도시)로서 인천의 가능성을 세 차례에 걸쳐 다룬다. 첫 번째 '회색도시 인천'에서는 국제공항 개항과 함께 국제도시로서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여전히 잿빛 하늘에 가린 인천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두 번째 '문화 없는 경제수도'에서는 문화도시로서 인천의 가능성을 보고, 마지막 '문화도시를 꿈꾸다'에서는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이 올 초 낸 '문화도시기본계획'을 살핀다. <편집자>

 


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경제수도' 인천의 비전과 실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시의회에서 열린 시정질의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은 연평도 사태로 투자유치에 어려움이 크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 호텔 예약이 대거 취소된 사례까지 들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가 지속된다면 인천 전체 경제에 큰 타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장애가 많다고도 했다.

현장학습차 인천에 오기로 했던 타 지역 학생들의 예약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는 보도가 지역 언론을 통해서 나왔다. 구제역까지 겹친 강화도 나들길 코스도 썰렁하다는 소식이다.

마치 인천이 '분쟁도시'로 이미지를 굳혀가는 형국이다.

올 초 터진 '천안함 사건'이나 그에 앞서 2009년 11월 발생한 '대청해전', 그리고 1999년에 이어 2002년 터진 두 차례의 '연평해전' 등 지난 10여 년간 인천 앞바다에서 다섯 차례나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서해평화지대를 구축하자는 남북 간 합의가 있어 인천 앞바다는 '분쟁'이나 '전쟁'이란 이미지에서 '평화'로 방향 을 전환하는 듯했다. 하지만 민간인이 희생된 이번 '연평도 사태'와 계속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로 인천은 '평화'와는 거리가 먼 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젊은이, '인천문화'에 목마르다

지난 9일 인천발전연구원 인천도시브랜드센터가 인하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과 '대학생 인천에 무엇을 바라니?'를 주제로 토론하는 시간을 벌였다.

이 센터가 인천을 주제로 해 만든 대화마당인 '토크 인(Talk In')의 첫 순서에 참여한 대학생들도 인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전쟁'을 꼽았다. 연평도에서 화염이 채 가시지 않은 때 진행된 탓도 있지만, 대학생들은 인천이 '북한과 가까운 곳'이라는 점을 상기했고, '강화도 철책선'을 떠올렸다.

이밖에도 대학생들은 인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계속 쏟아냈다. 예전 서울의 위성도시 노릇을 하던 때 기억이 이들에게도 전수된 듯 '어정쩡한 베드타운'이라는 대답이 있었다. 인천의 작가가 쓴, 청소년들에게는 인기가 있는 만화 '짱'의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돼 속칭 '양아치'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사람들이 무섭고,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남동공단 등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뿌연 연기에 '회색빛'과 '흐린 하늘'을 연상하기도 했다. 미완성인 송도국제도시를 '유령도시'에 비유하거나 '멀다'라고 느끼고, '갯벌 위의 도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본 인천의 긍정적 이미지는 어떠했을까. 대학생들은 '바다'와 '싼 물가', '공항', '열심히 사는 모습' 등을 제시했다. '부동산 투자'도 긍정적인 이미지에 포함됐는데, 이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인처도시브랜드센터가 마련한 토크인에서 대학생들이 인천의 이미지를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인천도시브랜드센터)

'토크인'을 진행했던 센터 관계자는 대학생들과 마주한 첫 느낌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의외로 인천에 사는 학생들도 인천에 대한 애착이 강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인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갖는다기보다는 인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의 주제인 대학생들이 인천에 바라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천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인천의 장점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도시의 이미지를 너무 크게 포장하고 확대하면 그 만큼 다가가기도 어렵고 실망도 큰 법"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또 '홍대거리'와 같은 문화의 거리를 만들자고 했는데, '놀만한 곳이 없다'면서도 '유흥업소가 많다'고 지적한 것처럼 이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로 취직하길 원하는 이유 중 하나로 '퇴근 후 즐길 수 있는 회사 인근 문화시설'을 들었다.

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인천의 문화 환경에 무척이나 목말라 하는 듯했다. 학생들은 인천만이 지닌 특색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로 서울로

지난 1일 KTX가 완전히 개통되면서 서울과 불과 2시간18분, 반나절 생활권에 묶인 부산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분분했다. 기존 KTX보다 22분밖에 단축된 데 불과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늘 것이란 기대와 함께 부산시민들이 문화소비를 위해 서울로 갈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서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교육과 의료계에도 걱정이 컸다.

실제로 부산발전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앞으로 부산시민의 서울 활동 비중이 17.2%에서 26%로 늘 전망이 나왔다. 이 중 공연문화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부산 갈매기'로 통하는, 자기 도시에 대한 자긍심이 센 부산시민들도 서울 문화에 대한 기대치가 큰 듯했다.

이런 '빨대효과'는 부산뿐 아니라 KTX가 지나는 대구와 충청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충청권은 서울과 부산 두 대도시로 시민들을 모두 빼앗길 예상하며 걱정을 크게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문화산업분야의 서울 집중도가 7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토크인에서 나타난 대학생들의 반응이 인천의 젊은층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천시민들이 문화소비처로 인천보다는 서울을 선호해온 것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인천에서 공연하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속설은 지역 내 기획사에서는 '진리'로 통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획사 수가 매우 적고, 경영상태 또한 척박하다. 오히려 인천시 지원을 받은 '인천&아츠'의 프로그램은 서울의 문화소비자에게 혜택을 줬다. 지역 공연계는 같은 공연도 서울에서 할 때보다 인천에서 저렴한 관람료를 내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서울의 문화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결과를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래도 인천의 문화소비자들은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서울로 향하고 있다. 인천의 공연, 문화시설이 한정돼 있고 부족한데다 열악하기까지 해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남구학산문화원 연극교실에 참여한 지역 주부들이 연극연습을 하고 있다.
남구는 '창의도시'를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는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척박한 문화토양, 그러나 가능성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낸 '2010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인천에 있는 도서관과 박물관(미술관), 문예회관, 문화원, 문화의 집 등은 모두 61개다. 서울이 283개로 가장 많고, 부산은 65개다. 수치상으로만 따지면 서울과 6대 광역시 등 7개 도시 중 세 번째 수준이다.

공공도서관이 24개(지자체 16개, 교육청 16개, 사립 8개)이고, 박물관이 19개(공공 9개, 사립 9개, 대학 1개)가 있다. 미술관은 4곳이다.

공연시설을 갖춘 문예회관이 5개로 이 시설은 남구와 남동구, 서구, 계양구, 강화군에 각각 있다. 올해 부평구에 부평아트센터가 개관했다.

이들 문예회관 중 남동구에 있는 인천종합문예회관과 인천예총이 위탁 관리하는 인천문화회관을 뺀 나머지는 전문공연시설이라기보다는 '무대를 갖춘 시설'로 보는 게 타당하다. 그나마 이런 문예회관도 없는 연수구는 구청 지하 대강당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나머지 구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술관 4곳 중 공공시설은 개관 준비 중인 송암미술관과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인 인천아트플랫폼이며, 민간시설은 강화도에 있는 더리미미술관, 전원미술관 등이다. 지역미술계의 숙원 사업인 시립미술관 건립은 아직도 요원하다.

문예회관을 포함한 인천의 공연시설은 2008년 기준 23개로 이 중 민간운영은 고작 4개에 불과하다. 공공시설이 84.6%에 달하고, 이들 시설이 인천에서 벌어지는 공연의 81.9%를 소화하고 있다. 공연예술장르의 50%가 음악이었고, 무용은 6%에 그치는 등 다양하지 않다.

문화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시설' 자체가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공룡 서울'을 상대하기에는 인천은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인천발전연구원 인천도시브랜드센터는 '인천 도시브랜드 경영 추진방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천을 발전하는 도시, 국제도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통적이고 여유롭거나 다양한, 매력적인 도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문화예술공연 분야에 대해선 서울과 수도권 인구 등 잠재적 수익시장이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인천은 공연장 수가 부족하고 시설이 부실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 낮은 공연 수익률과 시민·공무원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부족도 약점으로 꼽았다. 낮은 시민들의 정주의식 또한 취약한 부분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인천은 고대시대부터 대중국 무역지로, 항몽의 중심지로, 개항기 근대문물의 첫 관문지로, 한국의 산업을 선도한 공업단지로 다양한 역사·문화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최고의 기록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도시이다.

인천은 눈에 띄는 약점과 함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장점을 동시에 지닌 도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