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들은 고달프고 서럽다"
인천, 새터민은 늘어나는데 지원책과 사회인식 크게 부족


지난 11월 16일 새터민여성역량강화 안해클럽 심화과정. 
천연비누만들기 과정으로 자기 피부 유형에 맞게 직접 비누를 만들어 보고 있는 모습.
- 인천새터민지원센터 제공

취재: 이병기 기자

"일부 행사에선 새터민들을 불러서 밥 먹이고 상품권 주면서 수백만원씩 써요. 새터민을 아이로 만드는 거예요.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는데, 일시적으로 하는 거죠. 어떤 새터민은 '거기 가면 뭐 주냐?'는 말도 해요. 이들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 인천새터민지원센터 임순연 수녀

인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새터민) 수가 1600명을 넘었다. 서울 5470여명, 경기 4660여명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다. 전국 새터민 1만7800여명 중 약 9%가 인천에 살고 있는 셈.

새터민 지원단체 활동가들은 공식적으로 집계된 이들보다 친지나 친구를 따라 올라온 비공식 인원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한다.


우리 곁에 정착하는 새터민 수는 해마다 점점 늘고 있지만, 그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정부와 사회의 인식은 아직도 부족하기만 하다.

인천의 경우 새터민을 지원하는 단체로 남동구에 위치한 인천새터민지원센터와 지역적응센터인 남동·부평하나센터 두 곳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하나센터는 통일부 소속 사회정착 지원기관인 하나원에서 2개월간 교육을 받고 지역으로 전입하기 전 거치는 지역 적응기관이다. 하지만 하나센터의 경우 새터민 교육만으로도 구성원들의 업무가 빠듯하기 때문에 사후관리 기간인 11개월이 지난 이후에 대해선 지원활동이 벅찬 게 현실이다.

"새터민 중 남자들은 일용직 건설노동자가 많은 편이예요. 여자들은 식당에서 설겆이 하는 경우가 많구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서 음식을 나르지도 못해요. 남동구에선 공단이 가까워 단순조립부터 시작하기도 해요. 하지만 직장에 다닐 경우 정부에서 생계비가 나오지 않아 일부러 안정된 직장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임순연 수녀는 "많은 새터민들이 자본주의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면에서 힘든 생활을 한다"면서 "생계비를 받으면서 일자리를 찾다 보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돈'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한다.

새터민에게 건강 지원과 사회적 배려를…

새터민 건강에 대한 지원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원센터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새터민들은 지역에 정착한 후 1년 정도는 우울증 등 정서적 불안에 휩싸여 지내기 일쑤죠. 초기에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상황에 긴장하다가 점점 신체적 질병으로 나타나요. 절반 이상이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어요. 주로 치아나 뼈가 좋지 않고, 여성들에겐 산부인과 질병이 있죠.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해요. CT촬영을 하려고 해도 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쉽게 하지도 못하죠."

임순연 수녀는 "새터민들이 남한에 정착한 이상 다른 사람들처럼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치료를 받게끔 해야 한다"면서 "의료지원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오면서 발생하는 '가정 해체'도 문제다.

북한과는 달리 남한에선 경제권이 여성으로 넘어오면서 여성의 지위가 높아진다. 이 때문에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이에 익숙하지 않은 남성 간 가정불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는 게 지원센터측의 설명이다.

"새터민들 중에는 다소 표현이 과격한 이들도 있어요. 말투도 거친 편이구요. 새터민들은 남한에 오기 전까지 제3국을 거치면서 오랜 기간 분노가 쌓여요. 그래서 사소한 일로도 화를 잘 내죠. 남한 사람들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어요. 이 동네에서도 시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에요."

새터민 아이들의 교육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에서 넘어온 아이들의 경우 남한 아이들보다 키가 작고 운동도 익숙하지 못하며 돈도 많지 않기에, 학교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은 그나마 낫지만, 중·고등학생의 경우 알파벳을 모르는 아이들도 많아 따돌림 현상은 더 심해진다.

아울러 새터민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 중 하나는 '경쟁'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남한 친구들이 학원에 가지만, 이 아이들은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기에 친구 사귀기는 더욱 쉽지 않다. 때문에 새터민 아이들은 북에서 왔다는 걸 숨기려 하기 일쑤라고 한다.

또한 북한에서와 다른 부모의 일도 어려운 점 중 하나다.

"아이들이 엄마보다 남한 사회에 빨리 적응해요. 북한에서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전부 해줬는데, 남한에서는 학부모가 챙겨야 할 것들이 많잖아요. 부모 구실을 하기가 어렵다고 해요. 또 아이들 진로를 봐도 반에서 20등 정도 하는데 무조건 '의사'가 되라고 해요. 직업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인식도 부족한 편이죠. 자신도 적응이 어려운데 아이까지 챙기기는 벅찬 실정이예요." - 임순연 수녀

노인들 역시 생활하기가 만만치 않다. 새터민 노인들이 경로당에 가면 일부 시민들은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기도 한다. 한 시민에게선 "수녀도 빨갱이냐"면서 "왜 도와주냐"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인천, 새터민 수 전국 3위

2010년 10월 말 현재 인천에 거주하는 북한 이탈주민(새터민)은 총 1601명, 1179세대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남동구가 1079명·769세대로 가장 많았고 부평구 204명·152세대, 계양구 126명·96세대, 연수구 120명·98세대다. 이 밖에 서구 30명·25세대, 남구 22명·20세대가 살고 있으며 중·동·남구와 강화군, 옹진군은 3~8명 분포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30대가 525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40대와 20대가 390명, 325명으로 뒤를 이었다. 청소년인 1~9세는 33명, 10대는 120명이며 50대 이상은 208명이다.

연도별 새터민 증가 현황을 살펴보면 2003년과 2004년엔 각각 250명, 265명이었으나 2005년 이후 359명을 시작으로 큰 폭으로 늘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620명, 2007년 950명, 2008년 1310명으로 해마다 약 300명씩 증가하다가 2009년 1459명으로 주춤했다.

새터민들은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후 정부합동심문소에서 한 달간 조사를 받고 다시 하나원에서 2개월 동안 교육을 받는다. 이후 전국 각지로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정착하게 되는데, 수도권에만 60%(비공식 80% 이상) 이상이 살고 있다.

인천시는 새터민 정착지원을 돕기 위해 '북한이탈주민 지원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4개 군·구 거주보호담당관과 신변·취업보호 담당관, 새터민지원 유관기관과 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18명의 위원은 지원협의회와 실무협의회를 열고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 정착생활 지원을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해 3월부터는 새터민 지역적응센터인 '하나센터'를 개소하고 지원에 나서고 있다.

남동구와 연수구를 관할하는 '남동하나센터'와 부평구와 계양구의 '부평하나센터'는 신규전입 새터민의 지역적응교육을 3주간 지원하고 심리상담, 취업, 학업, 문화체험 등 11개월 동안 사후관리에 들어간다.

인천시는 2009년 9월 제정한 인천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및 지원협의회 설치·운영 조례 제정안'에 이어 군·구별로 정착지원조례 제정을 추진중이다.

임순연 수녀는 "한 새터민이 '남한은 비단에 쌓인 똥 같다'는 말을 했다"면서 "드라마 속에서만 보던 남조선을 생각하고 환상을 품고 건너왔는데, 사는게 힘들다고 말한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새터민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을 정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인간적인 차원에서 정서나 심리를 안정시키는 프로그램들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북한이탈 학생과 학부모 15명이 모여 인천새터민지원센터에소 연 
'자녀와 함께하는 부모교육'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