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 사회적 기업과 뭐가 다른데?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 구실이 필요하다"


인천에서 지난해부터 '마을기업'으로 활동하는
남구 청소업체 '은빛나르샤'와 남동구 이주여성들의 '다양한 가게'

취재: 이병기 기자

최근 전국적으로 '마을기업' 공모가 한창이다.

'마을기업'은 행정안전부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의 안정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국에서 500곳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려는 '지역 풀뿌리' 사업이다. 지역 공동체의 각종 특화자원(향토·문화·자연자원 등)을 활용해 주민 주도의 비즈니스로 안정적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마을기업을 '단순한 돈벌이 기업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마을 공동체를 위해 더불어 설립하고 경영하는 지속발전가능한 사업단위체'라고 설명한다.

몇 년 전부터 활성화한 사회적 기업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마을기업은 '지역'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한다.

행안부의 '마을기업' 사업은 지난 2010년 시범도입된 '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을 안정적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둔 '마을기업'으로 변경한 것으로, 2월 중 전국에서 500개 사업단체를 선정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마을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된 단체는 최장 2년간 총 8천만원을 비즈니스 활동 사업비 등으로 연차별(1차년도 5천만원, 2차년도 3천만원)로 지원받게 된다. 또 자립능력 향상을 위한 금융지원과 경영컨설팅 등도 제공된다.

마을기업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지역특산품이나 문화, 자연자원을 활용하거나 재래시장·상가 활성화 사업, 공공부분 위탁사업(지역축제, 공원관리 등)의 '지역자원 활용형 공동체 사업'이 그 첫째다. 또 쓰레기와 폐기물 처리, 자원재활용 사업과 태양열·자전거 활용 녹색에너지 실천사업인 '친환경 녹색에너지 공동체 사업'이 있으며,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과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의 '생활지원·복지형 공동체 사업'이 있다.

마을기업은 지역공동체 사업이기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단체가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민자치위원회나 마을회, 부녀회, 시민단체를 비롯해 동 주민센터가 관여하는 지역공동체 거버넌스 형태의 단체면 자격을 준다.

단, 사업성이 없는 계획을 제출하거나 사행성, 미풍양속 저해 등으로 제외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다양한 가게 내부

2010년 '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으로 시작해 현재 운영중인 타 지역 마을기업으로는 경남 하동군의 '한구자리 <채을>'과 전북 완주의 '건강밥상 꾸러미사업단'이 있다.

한구자리 '채을'은 하동군의 다문화이주여성 공동체에서 이끌고 있으며, 지역 복지관에서 한글교실에 참여중인 9명의 이주여성과 대표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다문화 음식점과 찻집, 난장 가판대 운영, 하동 특산물 인터넷 판매, 결혼이민여성 취업지원과 통번역 활동을 진행한다.

완주군에서 주도적으로 결성한 영농조합법인 '건강한 밥상'은 마을별 기획생산과 계약농산물의 재배와 선별, 포장, 유통 판매를 주 사업으로 삼는다. 이들은 짧은 기간임에도 1200여명이 넘는 도시회원을 확보했으며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인천시도 지난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각 군·구를 통해 마을기업을 공모한 결과 2월말 현재 군·구 1차 심사를 거친 46곳이 신청됐다. 시는 3월 초까지 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25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김현숙 인천시청 일자리창출과 희망일자리팀 담당은 "'마을기업'은 100% 성공을 목표로 진행하는 사업은 아니다"면서 "지원한 곳 중에서 사업이 이어지고, 성공적으로 유지되면 지역의 고용창출과 지역사회 소득을 목표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빛 나르샤의 한 직원이 건물을 청소하고 있다.
시는 마을기업 공모와 아울러 컨설팅 기관도 함께 모집하고 있다. 대부분의 마을기업 참가자들이 사업 경험이 부족하기에 각종 교육과 지원이 가능한 기관을 준비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마을기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는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항간에는 '마을기업'을 두고 "정부에서 월급을 준다"는 시민들의 잘못된 인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아닌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는 1~2년 동안만 사업을 진행할 의도로 참여하는 곳도 있다는 지적이다.

남구 마을기업 1차 심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마을기업을 지원할 때만 반짝 하다가 쓰러지면 시민들의 세금만 낭비되는 꼴"이라며 "최초 지원을 바탕으로 사업의 동력을 찾고 이익을 재투자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산을 소모성으로 사용할 게 아니라 경제 순환시스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생산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근본적으로는 '주민들의 이해'부터 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천의 마을기업

이주여성들의 사회 소통창구 '다양한 가게'

인천에서도 작년에 '자립형 지역공동체' 사업으로 시작해 현재 활동중인 '선배 마을기업'들이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남동구 만수동의 '다양한 가게'와 남구 문학동의 '은빛 나르샤'가 그 주인공이다.


다양한 가게는 다문화가정에서 필요한 각종 식자재와 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다.

남동구 다문화가족 지원센터가 지역의 다문화가정 여성들과 함께 꾸린 '다양한 가게'는 다문화가정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이나 식자재 등의 '다양한 물품'과 공방에서 직접 만든 소품과 의상을 임대하거나 판매한다.

또한 단돈 1천원에 파는 원두커피와 저렴한 가격의 외국 식자재들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다양한 가게'는 단순히 물품만 파는 건 아니다. 매장 2층에 마련된 공방에서는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직접 재봉틀로 수작업한 여러 물품이 만들어진다. 실내화는 물론 파우치나 손지갑, 노트북 가방도 제작해 인터넷과 매장에서 함께 판매한다.


공방에서 작업중인 이주여성들

공방은 생산공간과 아울러 '사랑방'으로도 활용된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어머니와 함께 찾았을 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난감도 놓여 있으며, 남구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마친 주부들의 '수다 공간'으로도 이용된다.

또한 유아나 학생,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몽골이나 일본, 페루, 필리핀 등의 문화를 알려주는 다문화강사 파견도 다양한 가게에서 하는 일 중 하나다.

이곳은 매장에서 일하는 4명의 다문화 여성과 공방 6명, 다문화 강사 8명까지 총 18명의 다문화가정 주부들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일본인 여성은 "한국에 온 지 12년 만에 처음 일자리를 갖게 됐다"면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미라 다양한 가게 단장은 "마을기업은 마음은 있었지만, 감히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면서 "그러나 남동구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가 아닌, 이주여성들만으로 시작이 가능했을런지는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신규 국가 사업에서 많은 서류가 필요한 건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진정한 자립형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양한 가게는 이달부터 외국인이 선호하는 야채를 직접 재배하는 '다채 농장'을 만들어 '다양한 채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자리를 마련하고, 깨끗한 동네 만드는 '은빛 나르샤'


은빛 나르샤 직원들이 현장 투입 전 업무 논의를 하고 있다.

문학동 마을기업인 '은빛 나르샤'는 동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지닌다.

손태영 남구 문학동장은 "문학동 600가구 중 95% 이상이 빌라와 원룸으로 이루어져 있다"면서 "평소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던 차에 주민 일자리도 창출하고, 동네도 깨끗하게 만드는 마을기업을 제안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역 공동체 기업 '은빛 나르샤'는 빌라나 원룸 등의 계단이나 복도, 주변환경을 관리해주는 청소업체다. 이곳의 특징은 일반 업체처럼 단순히 계약에 명시된 곳만 청소하는 게 아니라, 가정에서 발생하는 보일러 고장이나 컴퓨터, 에어컨 수리, 도배 장판까지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처리해주는 '집사'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구성원들이 지역 주민들이기 때문에 '신뢰'와 '친절'을 바탕으로 고객을 대하고, 스스로 동네를 정화시키고자 하는 '애정' 역시 '은빛 나르샤'의 장점이다.

'은빛 나르샤'의 지향점이기도 한 '3T'는 앞서 언급한 장점을 잘 설명한다. 'Total-생활 속의 모든 것, Ture-거품없고 거짓없는 신뢰성, T-world-뜻대로 이뤄지는 세상'을 목표로 '찾아가는 생활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창호 은빛나르샤 부장
손태영 동장은 "일반 청소업체들은 건물 복도 전구가 나가도 계약에 없어 방치하지만, 우리는 폭 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이 제1목표지만, 아울러 주민들도 혜택을 받고 동네도 깨끗해지는 건전한 기업정신을 지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는 4명이 은빛 나르샤에서 근무 중인데, 향후 12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손 동장은 건물뿐만 아니라 지역의 학교나 재래시장, 주차장 등 대상을 넓혀가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다짐한다.

강창호 은빛 나르샤 부장은 "다른 업체보다 자잘한 부분에서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힘든 면도 있지만, 보람 있는 일이다"면서 "지난 겨울에는 한 할머니 댁에 동파된 수도를 수리했는데 고맙다며 밥을 주신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강 부장은 "우리의 노력으로 동네가 깨끗하게 변한다는 점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또한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을 중점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태영 동장은 "일본의 경우 총액제 행태로 각 사회적 기업에 지원된 돈을 기업의 현실에 맞춰 유동성 있게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분야별로 정해져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서 "기업이 자리잡는 과정에서는 인건비에 가장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을기업으로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힘을 쏟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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