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만든 마을' 日후카사와 환경공생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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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방문..마을만들기 사업 `벤치마킹'

(도쿄=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벽을 뚫어 만든 바람길 덕분에 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없고, 빗물을 모아 화장실 물로 다시 쓰는 마을. 장애인을 위해 집 안에 문턱이 없고, 복지사가 매일 들러 어르신이 건강한지 확인하는 곳.

최신 주거 동향을 나열한 것 같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15년 전에 이렇게 조성된 공공임대주택단지가 있다. 바로 도쿄 세타가야구의 후카사와 환경공생주택이다.

지난 8일부터 2박3일간 일본으로 첫 해외출장을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마지막 방문지로 이곳을 선택했다.

최근 새 뉴타운 정책을 발표하며 마을 공동체 회복을 강조한 박 시장은 호사카 노부토 세타가야구청장에게 "15년 전에 지은 이 집을 보며 30년 후 서울의 주택을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박 시장은 "집은 단순히 몸을 누이고 밥만 먹는 곳이 아니라 이렇게 이웃,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감탄했다.

15년 전 세타가야구가 도쿄도로부터 관리권을 넘겨받게 되자 주민들은 2년3개월에 걸쳐 직접 마을을 새로 꾸몄다.

주민들은 지붕 아래 나무 창살 `파고라'를 만들어 햇빛을 여름에는 막고 겨울에는 통과하도록 했다.

또 마을 곳곳에 남아있던 우물에 펌프를 만들어 전통도 살리고 화단에 주는 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작은 동물들이 다니는 길도 확보했다.

7천400평의 단지에는 어르신과 장애인 주택 5개 동을 포함해 모두 70가구가 살고 있다. 임대료는 최저 1만엔에서 19만엔까지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게 낸다.

60년간 이곳에서 산 입주자 대표 다구치 코우하치(87)씨는 "노인들이 많이 사는 데 도움이 필요할 땐 같이 상담도 받으러 다닌다. 다른 단지보다 안전하고 쾌적하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마을을 다시 만들 때 주민 희망이 거의 다 반영됐다"며 "문턱을 없애고 손잡이를 많이 단다든지 바람과 햇빛이 잘 통하게 하는 등의 부분이 현실화돼 좋다"고 말했다.

노부토 구청장도 "신발에 발을 맞추는 게 아니라 발에 신발을 맞춘다는 기치 아래 조성된 마을로, 이곳의 주인은 주민이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우리도 첨단 기술과 인문학 연구를 통해 좋은 단지를 만들어 노부토 구청장이 보러 오게 하겠다"고 말했고, 노부토 구청장은 "서울시도 박 시장이 새로 와 역동적인 정책을 많이 펴는 것 같은데 계속 지켜보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출장 마지막 날인 10일 생일을 맞은 박 시장은 조촐한 생일 파티를 열며 "실무적으로 꼭 배워갔으면 했던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순방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대심도 터널이나 방재대책, 임대주택 문제 등 100% 확신이 들지 않는 정책들은 미세한 부분까지 고려해야 실수가 없다. 공무원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