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인가 친구들이 갑자기 온다고 해서 반찬을 만들다가 김종옥 할아버지 집에 냉이무침과 시래기무침을 담아 가져갔다.

책을 낮에 전해드린 터라 계시면 소감도 들으려 했는데 할아버지는 저녁이 가까워 오는 시간에도 집에 안계셔서 우체통에 넣고 왔다.

친구들이 오고 저녁 일곱시쯤이었나 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었는데 받지 못했었다.

전화를 드리니 허허허 또 웃으신다. 기분이 좋으신것 같다.

"이렇게 신경써주시니 고맙습니다."

반찬은 나중에 두고 갔는데 확인을 안하셨는지 반찬은 보지 못했다고 하셔서 우체통에 있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동화의 말미.. 반찬을 해서 갔다 드려야지 하는 맘을 몇달 전 깻잎절임과 만든 빵 이후에 이제서야 갔다드려 조금은 죄송스럽다.

 

대신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일주일 세번 설겆이와 집 청소를 하러 집에 오시는 할머니가 지난 금요일로 올한해 우리집 일을 마치셨다.

우리가 활동했던 동네에 사시면서 동네 소식이며 동네주민들에 대해서도 알려주시고, 또 우리 소식도 전해주시곤 했었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목요일에 아이들과 놀이터에 갔다가 할머니께 인사드리러 집에 들렀었는데, 누수로 인하여 곰팡이 지는 집의 벽면으로 방이 창고처럼 방치상태에 있는것 같아 여전히 눈에 선히 들어왔다. 할머니가 왔다 가시면 우리집은 잘 정돈되고 깨끗해지는데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로 내가 먼저 치워드리지 못해 늘 마음이 쓰였었다. 그 다음날인 금요일에 마지막으로 우리집에 오신 할머니와 그 이야기를 나누다 "한번 뒤집으로 갈까요?" 했더니 흔쾌히 "그래, 와,"하신다. 내가 받기만 해서 늘 가서 청소해드린다고 이야기만 하다가 드디어 그 날을 잡아주셔서 월요일에 고무장갑과 앞치마를 챙겨 길을 나선다.

 

마음이 무척 가볍다. 조금 늦어 마음은 바쁘다. 왼편 길로 들어서려는데 주민센터 앞에 '사랑의 이웃집' 무료급식소를 하신 사라 수녀님이 보인다. 급식소는 작년 폐쇄조치되어 무척이나 아쉬웠는데,  주민센터에 EM을 받으러 오셨다는 수녀님을 뵈니 몇번 뵌적이 없는데도 반갑다. '사랑의 이웃집' 폐회미사를 촬영해서 편집해서 갔다드리고, 지난 초겨울에는 제과제빵 하다가 생각이 나서 사라수녀님이 운영하시는 노인요양원에 따끈따끈한 소보루빵 열개를 배달했었었다. 수녀님은 그때 왔을때 인사를 못했다며 여전히 환한 얼굴로 반겨주신다. 옆에 어떤 군인이 지나가다 날 보고 인사를 한다. 언덕길 할때 중학생 청소년이었던 상진이다. 언덕길 이사후에도 상진이는 가끔 와서 인사도 하고 했는데 이쪽을 오고 나서는 한번도 못보았었다. 상진이도 내가 반가운지 잘 지내셨냐고 인사를 건네고, 수녀님은 서로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보신다. 오랜만에 보는 상진이도 반갑고, 수녀님과 상진이를 동시에 만난 상황도 참 좋다. 늘 생각한편에 있던 이들이 한장면에서 만난다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다. 수녀님께 '마을동화 2'를 읽어드리러 요양원에 갈까 하는데 어떠시냐고 하자 너무 좋다고, 오후 2시쯤이면 오락시간이라 책 읽어주기에 좋고 한달에 한번씩 오거나 해도 좋다고, 한번 놀러와서 이야기해보자고 하신다. 오후 두시. 내가 그길을 건너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소중한 인연들이다. 그리고 그 길을 건너는 맘에 누군가에게 몸으로 도움을 주고 싶은 맘으로 건너고 있었던 터라 더 풍요로왔다.

 

할머니네 집에 도착했다. 할머니도 시장에서 무얼 사서 부랴부랴 오신듯 했다. 불도 켜있지 않았다. 할머니가 모으시는 소주병을 일곱개 놓고선 청소할 곳이 어딘가 둘러보았다. 남의 살림이라 무작정 건드릴 수는 없어 조심스럽다. 할머니는 곰팡이가 슨 벽쪽을 보여주신다. 내가 생각한 창고방이 아니라 손녀딸과 아들이 같이 쓰는 방이다. 누수가 있어 한쪽 벽에 곰팡이가 슬고 있는데,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하는 것과, 그벽에 단열벽지를 하려면 얼마정도 드는지 알아보았다. 방 두개의 양쪽 벽면이 모두 곰팡이가 슬고 있어 단열벽지값으로 십만원은 잡아야 할 듯 했다. 할머니는 반지하 방이 지겨워 이사하는것도 고려해보시는듯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청소는 필요없다고 하시는데, 찬찬히 집을 둘러보니 나름의 조화와 질서가 보이는건 왜일까? 하나하나 할머니의 손길이 닿아 살림이 정리안된듯 보였는데 오늘따라 왜 그것들이 정돈되 보일까 싶다.. 그리고 뒤에 오신 아드님도 전에 봤던 것 보다 반절은 날씬해보이신다.. 참 이상한 일이다. ㅎㅎ 청소는 못했지만 사업종료로 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시는 일로 보는 게 아니라 그 일이 끝나고 뵈니 더욱 좋았다. 할머니가 들려주실 이야기와 할머니가 하시는 갖가지의 계절활동들을 앞으로는 이웃으로 도움받고 또 옥상의 장독대에 매실과 모과, 고추장과 된장 등 살림을 꾸려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본다.

 

오는 길에 누구네 집에 한번 더 청소하러 갈까 하다가 연락이 안되어 잊고 지내던 외상값을 갚으러 열쇠집에 들렀다. 굴을 까고 계시는 맑은 얼굴의 아저씨는 열쇠를 해주실 때도 그렇게 별 미련이 없어보이셨는데, 몇달만에 외상값 6000원을 드리려 하니 참 욕심없는 얼굴로 고맙다고 하신다. 당연히 진즉에 드렸어야 하는건데 잊고 지내다 이제사 드려 죄송한데,, 한해가 지나기 전에 외상값을 갚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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